2003년의 가을과 겨울, 나는 아내와 함께 체코의 프라하에서 한 철을 보냈다. 명목상으로는 프라하대학(카렐대학) 한국문학부의 초청 교수였지만 실제는 그곳의 한국학 연구 상황을 견문하고 프라하대학과 서울대학의 학술 교류를 모색하는 일 이외 달리 특별한 과업이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는 프라하대학 한국학 교수들과의 집담(集談)을 제외하면 대체로 시간이 자유로웠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내킬 때마다 배낭 하나를 걸치고 유럽 각지를 보헤미안이 되어 돌아다녔다. 직접 차를 몰거나, 플로렌스 터미널에서 국제 버스나, 흘라비니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나놓고 보니 참으로 행복했던 내 인생의 한 컷이 아니었던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