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도약 바람
빠부라는 이름의 반려 거위 영상을 틀어두고
옅게 낮잠 자다 열이 나서 깼다
영하 27도가 된 꿈이었다
실비보험 설문조사 전화를 받았는데
왠지 겁나서 급하게 끊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70만 원씩 내야 한다고 한다
도약이 뭐 이리 어렵냐 못한다
연인과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던 일이 그립다
버스 창가에 낀 성에처럼 도모는 흐릿해지고
버스 기사님이 히터를 너무 세게 틀어서 찜질방이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내리라는 마음 같다
예수가 보인 가장 위대한 기적은
서른셋에 열두 명의 절친이 있었던 거다
물론 혼자 죽고 절반만 성공했지만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모두 혼자랍니다
마음을 따라가세요 떨어지고 맞고 쓰러지고
부딪히고 다시 어디론가 올라가고
이런 말을 하루에 40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한다
자다가 모기한테 물리기를 반복하고
눈을 뜨니 무력감이 부풀어 오른다
그래도 새벽 여섯 시에 바다 수영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
파도의 숨을 따라 몸을 맡기는 연습
방금 창조된 진흙이다
시드니 거리의 벌레들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찾아
벼락을 먹고 자란다
내게도 벼락이 필요해
흩어지자 여기서
소형은 오늘 더 행복해지려고 지선과 헤어졌다
소형은 오늘 더 행복해지려고 지선과 헤어졌다
지선은 그보다 오늘 누군가를 웃기면
그걸로 만족했다
슬픔과 고통을 승화한다는 농담은 아직 잘 몰라서
그늘진 얼굴은 지선의 몫이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을 붙잡던 고양이가
쓸쓸한 추억도 물고 간다
인파 사이에서 수채화 같은 얼굴 찾아내고 싶음
문 앞에서 꽃 들고 서 있고 싶음
신나서 걷는 뒷모습 오래 담고 싶음
간밤의 숨을 모두 풀어헤치고 싶음
중얼거리던 나뭇잎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지선은 누구라도 자길 안아주면 좋겠다가도
모두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쓸고 닦지 않으면 녹슬어 버릴까 봐
지선은 자신의 그림자를 껴안으려 자리를 계속 옮긴다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는 바보들이라고
누군가 자조한다
지선은 영혼도 모양이 있는 것 같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맞는지 안 맞는지 대보는데
사탕 비타민 물티슈
노방전도를 하는 사람들의
초점 없는 사랑도 오지 않아서
도무지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는 영혼 같다
지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왠지 자유롭다
그림자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아서 좋다
소형은 햇살 드는 카페에서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