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찾은 제목, 함께 마주한 얼굴
함께 찾은 제목, 함께 마주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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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원래 제목은 ‘인생 한 컷’이었다. 꽤 오래 그 이름으로 불렀는데 어느 순간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우르르 사진 부스에 들어가 찍는 ‘인생 네 컷’이 자꾸 겹쳐 보였다. 새 제목을 찾아야 했지만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편집부에서 ‘최악의 인생 샷’을 제안했다. 듣는 순간 좋았다. ‘인생 샷’은 보통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뜻하는 말로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그런데 거기에 ‘최악’이 붙으니 묘한 어긋남이 생겼다. 가장 잘 나온 사진과 가장 숨기고 싶은 얼굴이 한자리에 놓인 느낌. 착한 척, 괜찮은 척, 센 척하며 진짜 얼굴을 감춘 세 아이의 이야기와도 맞아떨어졌다. 혼자였다면 한참 더 헤맸을 것이다.
돌아보면 이 책은 어느 한 곳도 나 혼자 만든 데가 없다. 그림을 그려 준 양양 작가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한층 생기를 얻었다. 글 속에서만 맴돌던 수호와 온이와 태주가 표정을 짓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기분을 아직 잊지 못한다. 비로소 이 아이들이 진짜 살아 움직이는구나. 마음속에서만 함께 지내던 아이들이 드디어 독자를 만날 채비를 끝낸 것 같았다.
이 책은 SNS와 메신저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원고를 쓸 때만 해도 이런 화면들이 종이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담길까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데 완성된 책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화면에서 보던 SNS와 대화창이 살아 있는 것처럼 책 안에 들어와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생생했고, 글만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모습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쓰던 순간부터 책이 나오는 날까지,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그림 작가 그리고 대산문화재단의 응원이 늘 함께였다. 어느 하나 빠졌다면 지금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 얼굴을 감추고 살던 세 아이가 끝내 서로의 진짜 얼굴을 마주 보았듯, 이 책도 여러 사람이 각자 자리에서 마음을 내밀고 마주 본 끝에 한 권으로 완성됐다. 참 감사한 일이다.
종종 밖으로 나가 아이들을 본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화면 속 세상에 익숙하다. 작은 사각형 안에서 가장 잘 나온 모습만 골라 내보이고,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은 손가락 한 번으로 지운다. 그렇게 지워진 얼굴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화면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얼굴이 나온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닐 텐데. 멀끔한 사진 뒤에 숨어 있을 표정이 자꾸 눈에 밟혔다.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다치기 싫어서 진짜 얼굴을 감춰야 하는 그 마음을 나도 안다. 그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한지도.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서툰 얼굴도, 창피한 순간도, 감추고 싶은 표정도 결국은 한 사람을 이루는 조각이다. 『최악의 인생 샷』이 그 사실을 잠시라도 떠올리게 한다면, 또 단 한 명에게라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
오래 기다린 끝에 『최악의 인생 샷』이 세상에 나왔다. 혼자 적기 시작한 이야기였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여러 손과 마음이 모여 비로소 한 권이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독자의 몫이다. 수호와 온이와 태주가 어디까지 걸어갈지, 누구를 만날지 나는 알 수 없다. 세 아이가 누군가 마음에 잠시라도 머물 수 있다면, 긴 시간을 돌아 여기까지 온 보람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필자의 동화 『최악의 인생 샷』은 대산문화재단의 대산창작기금을 받아 2026년 우리학교에서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