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장
제34회 대산문학상 본심 대상작 선정

9~10월 시·소설·평론·번역(불역) 본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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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가을호 (통권 101호)
제34회 대산문학상 본심 대상작 선정

9~10월 시·소설·평론·번역(불역) 본심 진행

제34회 대산문학상의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들이 선정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은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부문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재단은 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 소설 부문은 예심과 본심의 양심제로 운영하고 있다.

시 부문 10작품, 소설 부문 8작품을 본심작으로 선정한 이번 예심은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개월 간 진행되었다. 예심위원으로 시 부문에 오은(시인), 양경언(평론가, 조선대 교수), 이영주(시인), 소설 부문에 김이설(소설가), 손홍규(소설가, 서울디지털대 교수), 안서현(평론가, 홍익대 교수), 이경재(평론가, 숭실대 교수) 작가 등이 참여하였다.

지난 1년 간 발간된 시집들의 높은 완성도 때문에 첫 회의에서부터 ‘큰일 났다’는 표정을 지었던 시 부문 예심위원들은 이번 심사가 한국문학의 현재를 가늠하는 일만이 아니라 세계문학의 시적 성취를 판단하고 또 그 미래를 가늠하는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한국 시단이 현재 지구상의 시들 중 제일 앞에서 그리고 시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바로 곁에서 쓰이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총 10건의 본심대상작을 선정하였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 역시 이번 심사를 통해 한국문학 장이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창작과 실험의 제일선임을 실감하였다고 총평하였다.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본원적 고민과 성찰을 표현한 자기반영적 작품, 동시대 감수성과 윤리의 첨예한 문제를 파고든 작품, 동시대성 렌즈를 통해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 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탁월함을 성취하였다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하였다. 총 8건의 작품을 본심대상작으로 확정한 심사위원들은 선정 편수의 제한으로 부득이 선정하지 못한 수작이 많았다는 아쉬움을 공유하였다. 

대산문학상 본심은 단심제로 운영되는 평론·번역 부문을 포함해 9월부터 두 달 간 진행되며 11월 초에 수상작을 발표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다. 

 

 

 

 

시 부문 심사평

 

2026년 제34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예심을 위해 모인 세 명의 심사위원은 첫 회의에서부터 서로의 얼굴에 비친 ‘큰일 났다’는 표정을 알아보았다. 예심 기간 내내 심사위원들과 함께할 시집들이 저마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리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일은 큰일이다. 지금 한국문학 현장에서 발간되는 시집 중 뛰어난 성과를 이룬 작품을 가려내는 작업은 비단 한국문학 내부의 현재를 가늠하는 일만이 아니다. 이는 세계문학의 시적 성취가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느 만큼 나아갈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일에 해당한다. 2025년 8월 1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 발간된 시집들을 차례로 살핀 심사위원의 소회를 근거로 감히 주장하건대, 지금 한국 시단은 현재 지구상의 시들 중 제일 앞에서, 그리고 시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바로 곁에서 쓰이고 있다. 예심은 이와 같은 긍지가 마련해준 사명감과 더불어 진행되었다.

올해 시 부문 예심 대상작은 2025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발행된 시집들이었다. 단행본으로서의 시집 출판량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감소한 편이나, 그사이에 생긴 다양한 출판사의 새로운 시인선으로 인해 시집 출판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상황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더해 기획력을 발휘하여 엔솔로지 작업 등으로 마련된 시집들도 이전에 비해 늘어난 추세임을 확인하면서, 시인들의 문학적 활동 반경이 다각화된 출판 경향 역시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대상작에 대한 독서가 진행될 때마다 오랜 시력을 가진 시인들의 활동이 더욱 든든하게 다가왔다. 사회적으로 역동적인 시간을 거쳐 온 한국문학의 역사 자체를 시력(詩力)으로 구축해 온 시인들이 여전한 기량을 펼치고 있어, 오늘날 다변화된 시작(詩作) 환경, 혹은 예술적 시작(始作) 환경을 형성해주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왼쪽부터 오은 이영주 양경언

1차 심사에서는 한국문학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고, 또한 우리의 문화자산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한 작품에 늘 눈을 맞춰왔던 ‘대산문학상’의 위상에 걸맞을 작품을 어떻게 가려낼지 심사 기준 및 방법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 미리 배포된 목록의 대상작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첫째, 시인의 시적 행보가 이전보다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는지, 둘째, 동시대의 시로서 할 수 있는 시적 발화를 완성도 있게 하고 있는지를 기준 삼아 숙의를 거쳐 총 33권의 시집을 추렸다. 2차 심사에서는 본격적으로 본심 대상작을 선별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예심위원 세 명이 모두 추천한 시집을 1순위, 두 명이 추천한 시집을 2순위로 하여 5권의 본심 대상작을 우선으로 뽑았다. 3차 심사에서는 2차 심사에서 선정이 유보된 시집과 새롭게 추가된 목록의 시집 가운데 5권을 추가하여 최종적으로 10권의 본심 대상작을 선정하였다. 2026년, 가장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시집들의 목록을 달리 부른다면 ‘대산문학상’ 본심 후보작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목록에 오른 어느 시집도 ‘가장 뛰어난’이라는 수식에서 멀리 있지 않다.

- 오은 양경언 이영주

 

 

 

소설 부문 심사평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의 예심은 두 달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6월 17일 1차 회의에서 2025년 8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출간된 작품 목록을 검토, 독회에서 다룰 작품을 선정하였다. 7월 22일 2차 회의에서 그동안 읽은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6월까지 출간된 작품 목록을 추가로 검토하였다. 이메일로 의견을 나누어 7월에 나온 소설도 독회 대상작에 추가하였다. 이어 8월 12일 3차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독회를 진행, 본심에 올릴 작품들을 결정하였다.

왼쪽부터 손홍규 안서현 김이설 이경재

예심은 한국문학의 일 년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탁월함을 성취한 소설들은 한국문학 장이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창작과 실험의 제일선임을 실감하게 했다. 자기반영적이고 메타적인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기술 주도의 변화가 숨 가쁜 시대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본원적인 고민과 성찰의 표현으로 읽혔다. 동시대 감수성과 윤리의 첨예한 문제를 파고든 작품, 동시대성이라는 렌즈를 경유해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들은, 장편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질문에 대한 고전적이고도 충실한 응답을 보여주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특정한 문체나 기법·장르 문법을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 작가 의도에 부합하는 개인화된 글쓰기 장르를 고안하건나 개성적인 소설의 범주를 창안하는 과감한 소설적 기획이 엿보이는 소설들이 꽤 있었다.

한편, 장편소설이 요구하는 균형 감각을 견지하는 일이 지난하다는 점도 새삼 확인하였다. 장편소설에는 단편소설에 비해 한층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행마가 펼쳐진다. 하지만 화려한 포석을 깔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고도, 그다음 수에서는 힘이 빠지는 작품이 있었다. 또 반대로, 승부수를 던지려는 작가의 의도가 앞서면서 인위적인 전개로 이야기의 매력이 반감된 작품도 종종 보였다.

예심위원들은 한국문학을 빛낼 작품, 세계 독자가 함께 읽을 작품을 선정한다는 대산문학상의 심사 기준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숙고와 합의를 거듭하여 다음 여덟 편의 본심 진출작을 선정하였다. 

구병모의 『절창』, 김멜라의 『리듬 난바다』, 김종광의 『그 작은 몸 어디에 눈물이 그리 흔한지』, 문지혁의 『실전 한국어』, 민병훈의 『어떤 가정』, 은희경의 『시간의 감촉』, 정용준의 『겨울통』, 최수철의 『아우라』(작가명의 가나다 순).

이 밖에도 선정 편수의 제한으로 부득이 선정하지 못한 수작이 많았음을 밝히며, 한 해 동안 창작의 열정을 보여준 작가들께 심사위원 일동의 마음을 모아 경의를 표한다.

- 김이설 손홍규 안서현 이경재 

 

장근명
대산문화재단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