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첩
생일이라, 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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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가을호 (통권 101호)
생일이라, 절로 갔다

2026년 6월 6일 경기도 남양주 봉인사 템플스테이. 왼쪽부터 유현아 시인, 한여진 시인, 필자

 

한여진 시인은 생일 선물이라며 템플스테이를 예약해두었다. 케이크도 꽃도 아닌 하룻밤 출가. 지금까지 받아본 선물 가운데 가장 조용했고, 포장지는 녹음으로 우거진 산. 환불은 어려워 보였다. 유현아 시인까지 셋이 절에서 내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묘지 곁 삼성각으로 향했다. 태어난 날을 기념하러 와서 무덤 가까이 섰으니, 장소 선정이 제법 단정하고도 과감했다. 카메라 타이머를 맞춘 뒤 우리는 같은 간격으로 서서 합장했다. 언뜻 보면 저마다 깊은 깨달음에 이른 듯하지만, 실은 셋 다 카메라가 넘어질지 걱정 중이다.

그런 것 치고는 사진 속 우리가 맞춘 간격이 퍽 마음에 든다. 우리가 닦은 것은 번뇌보다 마음과 마음이 무르지 않게 떼어 놓은 것 같은 저 구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생일은 한 살 더 먹는 날이라기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날이 아닐까. 사진이 찍히기 전까지, 내가 빈 것은 다음 생일에도 좋은 사람들과 나란히 함께 서게 해달라는 것. 그거 하나였다.

이소연
시인, 1983년생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쁨』 『콜리플라워』, 산문집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