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생명 연대와 식물적 사유

특집을 기획하며

  • 기획특집
  • 2026년 가을호 (통권 101호)
생명 연대와 식물적 사유

특집을 기획하며

 

지구 행성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작게는 한 개인의 정체성 상실에서부터 크게는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 생물종 감소, 생명 가치 상실이 심화하고 있다. 죽임의 질서를 살림의 질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차별과 억압의 위계를 공존과 보살핌의 연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생명이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살림의 공동체라는 인식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 앞에 ‘식물적 사유’가 열쇠 말로 주목된다.

숲은 스스로 경쟁하는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돕고 소통하는 거대한 생명 공동체임을 증거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적 사유는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주체와 타자, 비인간과 인간 등 서구 형이상학을 지배해온 이분법과 동일성의 사유를 넘어서는 신생의 지혜의 보고이다.

허희는 식물의 공생의 미담에서 인간의 책임의 윤리를, 이명호는 식물의 공유성과 공동성을 닮은 ‘식물 민주주의’를 대안 문명론으로 제기한다. 윤경희는 공생과 공진화 관계로 얽혀 있는 나무와의 공감을, 서인혜는 ‘저승꽃’을 매개로 여성의 몸에 내재되어 있는 식물의 시간 리듬의 재인식을 강조한다. 《대산문화》의 ‘생명 연대와 식물적 사유’의 특집 기획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위기의 지구 행성을 다시 살림의 공동체로 열어가는 틈을 찾고 있다. 

홍용희
평론가,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7년생
평론집 『김지하 문학연구』 『꽃과 어둠의 신조』 『한국문화와 예술적 상상력』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고요한 중심을 찾아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