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의 만남>
글 / 박태원_소설가. 1909~1986년
소설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평성대』 『군상』 『갑오농민전쟁』, 역서 『삼국지』 등
그림 / 최석운_화가. 1960년생
부산대 미술학과 및 홍익대 미술대학원 졸업. 샘터화랑, 금호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개최, ‘한국만화 100년’ 전, ‘행복한 상상 프로젝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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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은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 -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문학그림전>을 청계천광장에서 개최하였다. 저명한 화가 9명을 초청하여 『천변풍경』 등 구보 작품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근대 서울의 중심인 청계천 및 종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펼쳐 보인 이 전시회는 ‘문학’과 ‘미술’이 소통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장이 되었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중 최석운 화가의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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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발사와 민 주사
양 볼이 쪽 빠져, 가뜩이나한 얼굴이 좀도 여위어 뵈고, 우글쭈글 보기싫게 주름살이 잡힌 것을, 그는 우울하게 바라보며, 근래, 거의 하루 걸러큼씩은 마작을 하느라 날밤을 꼬박이 새우고 새우고 하여, 그래 더욱이 건강을 해하고, 우선 혈색이 이렇게 나쁘다고,
‘좀 그 장난두 삼가야……’
그렇게 마음을 먹기도 하였으나, 다시 돌이켜, 외려 마작으로 밤을 새우면 새웠지, 꾼이 없어 판이 벌어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때 그 젊은 계집의 경영이, 사실은, 더욱 두통거리인 것에 생각이 미치자, 그의 마음은 좀 더 우울하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연해, 자기 머리 위에 가위를 놀리고 있는, 이제 스물대여섯이나 그밖에 더 안 된 젊은 이발사의, 너무나 생기 있어 보이는 얼굴을, 일종 질투를 가져 바라보며, 현대의 의술이 발달되었느니 무어니 하는 그 말이 다 헛말이라고, 은근히 그러한 것에조차 분노를 느꼈다.
- 『천변풍경』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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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젊은 이발사와 민 주사 / 53x45.5cm / Acrylic on Canvas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