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국인작가
바깥에서 바깥을 꿈꾸다 - 『사금파리 한 조각 A Single Shard』의 린다 수 박(Linda Sue Park)

  • 재외한국인작가
  • 2003년 가을호 (통권 9호)
바깥에서 바깥을 꿈꾸다 - 『사금파리 한 조각 A Single Shard』의 린다 수 박(Linda Sue Park)

   나는 종종 ‘바깥’이었기 때문에 달변가가 된 사람들을 본다. 동성애자, 정신병자, 식민지의 지식인, 고아, 혹은 자신의 적(籍)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작가들. 이들은 모두 자기 삶을 잘 말하도록 강요받은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중심’의 속된 시선에 노출되어 왔던 ‘바깥’의 입술들이다. 따라서 자기를 서사화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달변 속에는 어떤 슬픔이 들어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재외 한국인 작가들을, 작가이게 만든 것도 대부분은 바로 이러한 그들의 위치이다. 이들만큼 ‘자기를 묻고 있는 자기’가 강한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재외 한국인 작가들의 이러한 고민은 그 정도와 방법을 달리하며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는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작품 안에 끌고 들어오고, 누군가는 이국에서의 한국인의 삶을 그리고, 누군가는 딴청을 피우는 척 하며 자신도 모르게 고백해 버리고, 그리고 그 수많은 누군가들 중 린다 수 박(42, 한국명 박명진)은 동화를 쓴다. 사실 그녀가 처음으로 한국을 알게 된 것도 어릴 때 읽은 한국 동화집을 통해서였다. 따라서 그녀가 바깥으로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른 재외 한국인 작가들과 다소 다르다. 그녀에게 한국은 상처로서 기억되는 장소가 아닌, 매혹적이고 신기한 장소이다.  

  린다 수 박은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재미동포 2세다. 그녀는 미국 일리노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어학을 전공했고, 1983년 영국으로 건너가 요리 전문 기고가, 영어 교사로 일했다. 아일랜드인과 결혼했고 결혼 후에도 한국 성을 고집했다. 그녀는 그녀의 아들 숀 박과 딸 애너 김 도빈에게도 자신의 성과 할머니의 성을 물려주었다.

 린다 수 박은 아홉살 때부터 아동문학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는 원고료로 1달러를 받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 1달러를 오래도록 간직했다고 한다. 그 후 잡지와 인터넷 상에 시와 소설을 발표해 오던 린다 수 박은 1997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2002년 1월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는 책으로 뉴베리상(Newbery Medal)을 받았다. 뉴베리상은 미국도서관협회(ALA)가 1922년에 제정한 아동문학상으로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상이다. 뉴베리상 위원회의 위원장인 캐슬린 오딘은 린다 수 박의 작품을 일컬어 “도공의 꿈을 추구하는 고아 소년이 의지와 용기로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그녀의 동화 작품으로는 그 밖에도 『널 뛰는 소녀 Seesaw Girl』(1997년)와 『연 싸움꾼 Kite Fighters』(2000년)이 있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세 작품 모두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다루고 있다. 린다 수 박은 자신의 동화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한국적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어린이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작품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린다 수 박은 한국을 ‘좋아하는’ 작가다. 그녀에게 한국은 ‘가장 재미있는 이국’이다. 그녀는 독자를 만날 때면 어머니 약혼식 때 할머니가 손수 지어준 한복을 입는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한국을 잘 모른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자신을 미국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한국에 왔던 경험은 열두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집에서도 부모님과 영어로만 대화했던 까닭에, 그녀의 한국어 역시 서툴다. 따라서 그녀가 한국과 관련된 글을 쓴다는 것은 기술로서가 아니라 탐험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녀는 잘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알기 위해, 혹은 알아가며 쓴다.

  한편에서는 린다 수 박의 수상 소식을 통해, 문학의 세계화 문제를 재고하기도 한다. 소설가 박덕규씨는 ‘아동문학은 세계로 가는 문화의 첨병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동화는 시나 소설에 비해 번역이 쉽고, 이국의 독자들과도 쉽게 호흡할 만한 보편적이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탐험선이었던 린다 수 박의 작은 배는 이제 많은 어린이들을 태운 유람선이 되었다. 그녀의 배가 지금 어디쯤 가 있고,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지켜보는 일은 우리에게 유의미할 것이다. 린다 수박에 관한 정보는 그녀의 홈페이지인 http://www.lindasuepark.com에 가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김애란
글 / 김애란_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4학년. 1980년생.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