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역을 하노라고, 국밥이라도 얻어먹으러 오라는 이민구의 전화에 덜렁 남의 조상 산소 이장하는 데 따라간 것이 몸살의 시초였다. 그 조상은 민구에게는 증조가 되는, 백여 년 전에 돌아가신 분의 산소였다. 민구의 조부가 둘째였고 민구의 아버지 역시 둘째이며 민구도 둘째 아들이니 민구는 지손 중의 지손이었다. 그런데도 민구와 그의 형제들이 극력 주장해서 증조의 산소가 앉아 있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던 것은 그동안 민구의 집안에 일어난 일이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돈을 떼인 뒤 적반하장의 송사가 있었고 교통사고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는 아기까지 나오니 저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산소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마침 민구 형의 동무가 유명한 풍수장이의 제자였는데 그 산소에 다니러 왔다가, ‘자리는 명당이나 좌향이 틀려서 자손 중에 급사할 사람이 나왔을 것’이라고 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산소라는 게 건드리면 잘해야 본전이라고 믿고 있는 민구 아버지에게 증조의 산소를 쓰고 나서 얼마 안 있어 갑자기 죽은 자손, 곧 그가 본 적도 없는 종손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고 그로부터 일은 급진전되었다. 마침 나 역시 할아버지 산소를 돌볼 일이 있어 내려갔던 차에 남의 일일망정 산역을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공부 겸 구경을 할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산에 올라가니 새벽부터 일이 시작되었던 까닭에 길을 내고 나무를 자르며 제사를 지내는 여러 절차를 거쳐 어지간히 산소가 파헤쳐져 있었다. 그런데 일이 되어가는 것을 곁눈질하며 한쪽 구석에서 국밥을 얻어먹고 있자니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포클레인으로 팔 만큼 팠는데도 유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백여 년 전에 장례를 치렀을진대 그때 무슨 땅 파는 기계를 썼을 리 없고 사람이 곡괭이와 삽으로 팠다면 깊어도 두세 길일 것이다. 포클레인으로 봉분 전체를 들어내고 수직으로 파내려가서 오 미터가 넘어 지금까지의 표토와는 전혀 다른 빛깔의 백토가 나왔는데도 유골이 나오지 않으니 짜장 문제는 큰 문제였다.
“내가 남의 산소 이장해주러 수십 년을 다녔어도 이렇게 깊이 판 적은 없어. 유골이 없는기라. 아, 그런데 여게 상주들은 왜 담배를 안 주나?”
포클레인 곁에 서 있던 늙수그레한 인부가 말했다. 그러자 인상이 우악스럽고 덩치가 큰 상주 가운데 하나가 반대편에서 대뜸 대꾸했다.
“거 씨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기양 찌그러 있기나 하소. 저래 주디를 함부로 놀려대니 이 짓이나 하고 살지.”
다행히 인부 쪽에서 상주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했지만 중간에 있던 나는 어지간히 사람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날 어지간히 술을 퍼마신 터라 국밥은 반도 먹지 못하고 남았다. 솥을 걸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아낙네들에게 버려질 음식이 있는 그릇을 가져다 주는 것도 미안스러운 일이었다. 주변을 설렁거리며 돌아다니다 왔는데도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 중일 뿐 내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할아버지 산소에 뿌릴 잔디씨를 부탁해 놓았던 농약가게에서 전화가 걸려와서 그걸 핑계로 차를 끌고 읍내로 내려와 버렸다. 민구와는 일이 끝나는 대로 만나기로 했는데, 정상적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점심 때쯤 일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잔디씨를 얻어 내 조부의 산소로 갔다. 봄이라고는 해도 아직 코끝이 매운 날씨였다. 양동이에 모래흙과 잔디씨를 섞어 산소에 뿌리고 내려올 때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오후 세 시가 되도록 민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걸거나 가볼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유골이 끝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산역을 하자고 주장한 지손과 반대한 종손 간에 무슨 사단이 생겼을 수도 있고 인부와 풍수가 주먹다짐을 했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몸이 떨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눈에 띄는 길가 여관에 들어가 온돌방에 이불을 덮어쓰고 누웠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깨니 저녁 일곱 시였다. 핸드폰을 들여다봐도 전화가 걸려왔던 흔적이 없었다. 몸은 조금 나아진 것 같았지만 밖에 나가 약을 사와서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건 전화가 걸려와서였다. 핸드폰이 아니고 여관방에 있는 전화가 울고 있었다. 내가 거기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관 주인이었다.
“혹시 밖에서 소리지르는 사람 아는 사람인지 보세요. 아까부터 고함을 질러대는데 정말 미치겠구만요.”
커튼을 젖히고 내려다 보니 민구였다. 그는 몸을 앞뒤로 흔들거리며 “친구야, 이 문디자슥아, 숨어 있어도 소용없다. 당장 나온나. 안 나오마 여관에 불을 확 싸질러 버린다” 하고 한껏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워낙 목소리가 큰 데다 덩치까지 우람하고 보니 여관 주인이 말릴 엄두를 못 내고 각 방마다 전화를 해서 손님들에게 어서 나가보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차를 여관 앞 한길에 그냥 세워둔 게 생각이 났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내 차를 보고 들어와 본 게 틀림없었다. 시계를 보니 밤 열 시였다.
“알았어. 알았다구. 내가 나간다. 좀 조용히 해라.”
내가 창문을 열고 소리치자 민구는 “엉, 짜슥이, 거기 숨어 있을 줄 내 알았다. 빨리 안 나오면 내가 올라가 버릴 끼야. 니 혼자 아이제? 딜고 온 가시나 있제?” 하고 중얼중얼 해대는 것이 어지간히 취한 것 같았다.
“가자.”
내가 내려가서 재촉하자 그는 “어데로?” 하고 한껏 혀꼬부라진 소리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서 왔는데?”
“할부지 산소서.”
“지금 끝났어?”
“아니, 아까.”
“그런데 왜 지금 왔어?”
“기분이 하도 좋아서 산소 앞에서 술 한 잔 묵었다, 친구야.”
“하여간 타.”
“어데로 갈 건데?”
“난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러니까 네 집으로 데려다 줄게.”
“힝, 그래 타자.”
차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하는데 중간 쯤에 갑자기 그가 “스토옵!” 하고 외쳤다. 차가 급정거하자 그는 차에서 뛰어내려 손짓으로 이전에 가보았던 묵집을 가리켰다.
“저리로 가자.”
“왜?”
“묵 한 그릇 묵고 가자고.”
“묵만?”
“그라모, 묵만.”
차를 길가에 세우고 들어서니 두어 번 오면서 눈에 익은 노인이 웃어 보였다. 지방의 소도시에서는 밤 열 시 너머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드문데 이 묵집은 묵 하나만을 하는 관계로, 밤이 긴 겨울에 주로 밤참을 먹으러 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듯 열 시나 되어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또 지방의 음식점 주인 할머니 치고는 드물게 화장을 진하게 한 여주인의 ‘할매묵집’의 주메뉴는 ‘묵 한 사발’이었다. 묵을 숭덩숭덩 썰고 준비한 육수를 담은 그릇에 넣고 파와 마늘, 풋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참기름을 떨어뜨린 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그 위에 잘게 쓴 김치를 얹어주는 게 묵 한 사발이다. 멸치로 육수를 낸 듯한 국물은 담백했고 신 김장김치 고명은 묵의 약간 떫고 거친 맛과 잘 어울렸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자 묵만 먹겠다고 한 약속은 벌써 깨뜨려지고 소주 한 병이 자리에 날라져오고 있었다. 소주와 김치를 가져오는 사람은 할머니의 동생뻘 된다는 머리가 벗겨진 노인이었다.
“술은 누가 먹는다고 그래. 난 몸살나고 운전해야 돼서 못 먹어. 너도 술은 너무 많이 먹어서 더 못 먹잖아.”
“친구야. 앉아라. 앉아서 못 먹어도 못 먹어라.”
결국 그의 강권에 두 잔을 마시고 난 뒤에 난 차를 가져가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산소에서 유골이 안 나오더라, 친구야. 그러이까네 우리 종부가, 종부는 나한테 아지매다잉, 나를 보고 하는 말이 누가 이런 일 벌이자 캤느냐고 눈을 하얗기 홀기는데 소름이 쫙 끼치는 기라. 그래도 풍수 형님이 더 파보라 캐서 한 길을 더 안 팠나. 파니 나오더라꼬. 질래 파니 나오더라카이. 그때 기분은 정말 마약이 따로 없더라잉.”
그리고 민구는 묵을 썰고 있는 노인에게 집이 유리창이 들썩이도록 소리쳤다.
“할매요. 묵은 껍디기로만 넣어 주소, 야! 껍디기로만 해달라이까네요. 껍디기로만, 어이, 껍디기로만.”
노인은 손을 재게 놀리면서 대꾸했다.
“하이고, 혼자서 껍디기 다 자시마 앞에 앉은 친구는 뭘 먹능교. 알아서 드릴 테이 가마이 계시봐요.”
이윽고 날라져온 사발그릇 속의 묵은 아닌 게 아니라 묵의 겉만 살짝 도려낸 듯한 묵껍데기가 반은 되었다. 민구는 숟가락을 거기에 걸치고 한 술 뜨는가 마는가 하더니 다시 이야기했다.
“산소에서 징조 할배 유골이 안 나오더라카이, 친구야. 그러이까네 우리 종손 아지매가 나한테 눈을 하야이 홀기민서 누가 이런 일을 벌이자캤냐고 하는데 소름이 쪽 끼치는 기라. 그래도 우리 풍수 형님이 쪼매만 더 파보라 캐서 딱 한 길을 더 안 팠나. 파니 나오더라꼬. 파니 진짜 나오더라꼬. 그때 기분은 정말 폭탄주 열 잔보다 낫더라잉.”
그리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할매요. 묵은 껍디기로만 넣어 주소, 야! 껍디기로만 해달라이까네요. 껍디기로만, 어이, 껍디기로만.”
노인은 대꾸했다.
“어허요, 껍디기로만 줬는거를. 그기 다 껍데기라요.”
민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노오, 노! 이건 껍디기가 아이라. 껍디기로만, 껍디기로만 달라이까.”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할머니. 한 그릇 더 주세요. 이 친구 말마따나 껍데기로만, 예?”
노인은 “혼자 껍디기 다 주먹으마 남는 거를 누가 먹노” 하면서도 묵을 다시 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동생이라던 노인이 할머니 곁에서 껍데기를 집어먹다가 손등을 얻어맞는 게 내 눈에 띄었다. 딱,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할머니의 손은 매웠고 노인은 꽤 아파하는 듯 했다. 그런데도 다시 슬며시 손을 내밀어 묵껍데기를 집어먹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더 딱, 소리가 난 뒤에야 묵사발이 날라져 왔다. 민구는 숟가락을 새 묵사발에 걸치고는 내게 말했다.
“우리 징조 할배 산소에서 유골이 안 나오더라, 어이, 친구야. 그러이까네 우리 종부 아지매가 나를 가마이 부르디마 누가 산소 파가 일 벌리자 캤냐고 눈을 하야이, 똑 백여우겉이 홀기는 기라. 내가 우리 형제 중에서 젤 만만해 보인 기야. 사실 나도 할 말이 없더라고. 그란데 풍수가 쪼매만 더 파보자 캐서 더 안 팠나. 파니 완전히 미이라 같은 유골이 나오더라고. 그랜깨 내 눈에서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 으이. 그때 기분은 진짜 칠선녀탕 양귀비가 따로 없더라잉.”
그는 다시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할매요. 묵은 껍디기로만 넣어 주소, 야! 껍디기로만 해달라이까. 껍디기로만, 껍디기로만.”
그날 그 집의 묵은 모두 껍데기가 달아났을 것이다. 나중에 계산을 할 때 세어보니 우리 앞에 날라져 왔던 묵사발이 열 개였다.
묵껍데기는 맛있다. 묵껍데기는 묵집 할머니의 나이 일흔셋 먹은 남동생이 손등을 맞아가면서도 훔쳐먹을 정도로 맛있다.
- 성석제
- 글 / 성석제_소설가. 1960년생. 소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홀림』『인간의 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