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창립 10주년인 2002년 대산문학상의 제 10회 수상작을 선정, 시상하고 올해 그 다음 10년을 기약하는 의미있는 제 1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였다. 수상작은 시 부문에 시인의 연륜에서 나오는 품격, 활달한 감성과 능청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삶에 대한 관찰이 자리 잡고 있는 김광규의 『처음 만나던 때』, 소설 부문에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살이의 근본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송기원의 『사람의 향기』, 번역 부문에 유럽인들의 정서에 충분히 부응할 만한 오정희의 작품을 정확하게 독일어로 옮긴 김 에델트루트, 김선희의 『Vögel 새』 등이다. 희곡 부문에는 총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으나 특별히 돋보이는 작품이 없어 수상작을 내지 못했으며, 번역 부문 또한 본심에 8편이 올랐으나 그 중 5편이 지난 해 심사 대상작일 정도로 평론집의 기근 현상이 두드러져 수상작을 내기 어려웠다.
제 1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결정을 위해 재단은 예심위원으로 김승희 성민엽 임동확(시), 구효서 서경석 이혜경 서영채(소설), 윤영선 김철리 김미도(희곡), 김영민 김태현 이광호(평론), 문희경 유석호 전영애 이승재(번역) 등 중견문인, 평론가, 번역가 17명을 위촉하고 7월 중순부터 두달 동안 심사를 진행하였다. 예심위원회는 부문별 7~10작품을 본심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본심위원으로는 신경림 유종호 황동규(시), 서정인 김원일 오생근(소설), 서연호 오태석 이강백(희곡), 김윤식 김병익 최원식(평론), 케빈 오록 김희영 김수용 민용태(번역) 등 중진 및 원로문인 평론가 번역가 16명이 참여하였다. 본심위원회는 예심을 거쳐 올라온 본심대상작들을 대상으로 9월 하순부터 한달 동안 부문별로 심사를 진행하였으며 작품성을 주요 심사기준으로 삼아 수상작을 결정했다. 심사위원장은 평론가 유종호 교수가 맡았다.
시 부문 본심에서는 예심을 통해 넘어온 9권의 시집 중 김광규의『처음 만나던 때』와 이성복의『아, 입이 없는 것들』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김광규를 수상자로 정한 것은 그의 ‘연륜’의 힘 때문이었다. 시인이 과거와 결별하고 180도 방향을 바꾸어 새 길을 개척하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김광규처럼 눈에 잘 띄지 않게 회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연륜’이라고 부르는 정신의 자세에서 나오고, 그것이 그의 시와 삶에 품격을 주는 것이다.
예심에서 10편의 작품이 선정된 소설 부문 본심에서는 은희경의 『상속』, 성석제의 『인간의 힘』, 송기원의 『사람의 향기』가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들은 작가마다의 문학적 통찰력과 재현의 의지로 다층적인 진실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작가들의 이전 작품들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세계의 탐구를 보여준 작품들로 평가되었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문학성의 성취와 새로운 탐구라는 두가지 측면을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절망적이고 초라해 보이는 주변인들의 삶을 풍부하고 그윽한 삶의 결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낸 『사람의 향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번역 부분 본심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어 최종 심사에서는 독어권의 『새』와 스페인어권의 『젊은 날의 초상』이 경합하였다. 『젊은 날의 초상』은 정확한 번역과 저명한 출판사의 선정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되었으나, 원작의 적합성뿐 아니라 서정적 정조와 절제된 언어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독어로 옮겨진 사실, 출판사의 성의있는 편집 작업과 홍보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에서 ‘리베라투르’라는 의미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 등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새』를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희곡부문에서는 박근형의 「집」이, 번역부문에서는 김인환의 『다른 미래를 위하여』, 정효구의 『시 읽는 기쁨 2』, 김성곤의 『문화연구와 인문학의 미래』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으나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산문학상의 수상작은 부문별 1작품이며 가작 제도가 없어 적절한 수상후보작이 없을 경우 수상작을 내지 않는다. 2회의 경우 희곡 부문, 4회에 평론 부문, 5회에 희곡과 번역 부문, 6회에 번역 부문, 8회에 희곡 부문의 수상작이 없었다. 반면, 지난 2년간은 5개 전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하여 시상하였는데, 올해에는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2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제 11회 대산문학상 시상식 및 축하연은 내외 귀빈 및 관계자, 축하객들을 초청한 가운데 11월 28일(금) 하오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