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학상
공쿠르상의 남성주의를 거스른 물결 - 프랑스의 페미나상 (Prix Fémina)

  • 세계의 문학상
  • 2003년 겨울호 (통권 10호)
공쿠르상의 남성주의를 거스른 물결 - 프랑스의 페미나상 (Prix Fémina)

 
  페미나상은 공쿠르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중요한 문학상이다. 공쿠르상이 창시된 이듬 해인 1904년 남성 작가들로만 구성된 이 상에 불만을 갖고, 잡지 『행복한 삶 La Vie heureuse』에 기고하는 22명의 여성 작가들이 모여 당시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안나 드 노아이유(Anna de Noailles)를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 해에 출판된 문학작품에 수여되는 이 상은, 1929년까지 공쿠르와 같은 11월 첫 수요일에 수상작을 발표했다. 그 후 페미나가 1주일 앞서 발표하다가, 1959년에 공쿠르가 두 해째 연달아 예상 수상 작가를 페미나에게 빼앗기게 되자, 올해처럼 15일 앞서 발표하면서 1992년까지 공쿠르상이 우선권을 갖는다. 그 후 페미나가 다시 미리 발표했으나, 1999년 공쿠르가 장 에슈노즈(Jean Echenoz)의 『나는 가버린다 Je m’en vais』를 미리 발표하여 논쟁을 일으킨 후, 2000년에 공쿠르와 페미나가 한 해씩 번갈아 가며 수상작을 미리 발표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그래서 올해는 페미나 차례였다.   

  종신직인 심사위원은 1951년부터 12명으로 줄었고, 기자와 작가들로 이루어졌다. 최근에 작고한 유명한 저술가 프랑수아즈 지루 (Françoise Giroud)도 심사위원이었으며, 기자이며 소설가인 브누아트 그루(Benoite Groult)와 마들렌 샵살(Madeleine Chapsal), 소설가․극작가․시나리오 작가이며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레진 드포르주(Régine Deforges)는 80년대 초부터 심사위원을 하고 있다.

  심사는 3차의 선발을 거쳐서 절대 다수표를 획득해야 하는데, 동점의 경우 7차 투표에서 심사위원장의 표를 2표로 인정한다. 상금은 우리 돈으로 1백만원이 안 되는 적은 액수이지만, 수상작은 공쿠르상에 못지 않게 판매 부수가 높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수상 작가와 작품으로는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이 1905년에 『장 크리스토프 Jean Christophe』로 2회 페미나상을 탔고, 조르주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의 『환희 La Joie』(1929), 생 텍쥐페리(Saint-Exupéry)의 『야간 비행 Vol de nuit』(193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Marguerite Yourcenar)의 『암흑의 작품 L'Oeuvre au noir』(1968) 등이 있다.

  『티아니의 이야기 Le Dit de Tianyi』로 1998년 상을 받은 중국인계 프랑수아 쳉(François Cheng)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중국 태생으로 20세에 프랑스에 망명한 프랑수아 쳉은 전 중국학 교수인데, 『티아니의 이야기』는 그의 첫 소설로 30~40년대 중국의 대혼란을 겪은 후 파리에 도착한 중국인 화가 티아니가 생과 예술의 관점이 전혀 다른 서양의 문화를 접한 후 고국에 두고 온 친구와 애인을 찾아 문화 혁명의 중국으로 돌아가 겪는 두 문화와의 충돌을 그렸다.

  올해, 페미나 수상의 영광을 안은 다이 시지(Dai Sijie)도 중국계 작가다. 29세에 영화 공부를 하러 프랑스에 온 그는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다, 2000년에 1970년대 금지된 서양 문학에 접하는 중국의 청소년을 그린 첫 소설 『발자크와 작은 중국인 여재단사 Balzac et la petite tailleuse chinoise』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올해 페미나상을 받은 『디의 콤플렉스 Le Complexe de Di』(갈리마르 출판사)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 망명해서 프로이트 심리학에 영향을 받은 무오라는 중국인이 감옥에 갇힌 약혼녀를 찾아 중국에 가서 새롭게 만나는 중국 문화와의 마찰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페미나상은 1985년부터 에세이와 외국 소설 부문도 시상하고 있는데, 첫 외국 소설 수상작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 작가 쿠지(Coetzee)의 『미카엘 케이, 그의 삶 Michael K, sa vie』이었다. 올해는 1917년 생인 헝가리 여류 작가 마그다 스자보(Magda Szabo)의 『문 La Porte』이 수상했다. 1987년에 출판돼 세계적 성공을 거둔 이 소설은 프랑스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페미나 외국소설상과 한국은 꽤 밀접한 인연이 있다. 2000년에 이승우의 『생의 이면 L'Envers de la vie』이 3차 선발에 뽑혔고, 2001년에는 재미 작가 이창래의 『제스처 라이프 Les Sombres feux du passé』가 마지막 선발까지 올라갔다 아쉽게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한국 소설 나아가 불어로 쓰는 한국작가들이 페미나 등 프랑스의 문학상을 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조혜영
글 / 조혜영_번역가, 파리동양어문화대 한국학 강사. 1957년생. 역서 『바람과 강』 『영원한 제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