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단상
* 영갑이형 이야기

  • 글밭단상
  • 2003년 가을호 (통권 9호)
* 영갑이형 이야기

 제 친구 김영갑형은 제주도 사진 작가입니다.
  20년 지기인 그를 얼마전 잡지에서 보았습니다.

  그 동안 바빴다는 핑계는 용서가 안되는 모습으로 그는 서 있었습니다.

  '루 게릭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산다는 내용과 더불어 그가 제주 성산에 삼달 분교를 임대하여 '김영갑 사진 갤러리'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되었습니다.

  김영갑, 루 게릭, 시한부 인생, 갤러리……

  20여년 전 사진과 사랑을 놓고 고민하던 형은 사진을 선택하여 제주도로 떠났고 그 후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열어가며 살아왔습니다.

  마음에 두 분 고산자 김정호와 반 고호를 모시고 살아 왔다는 그는 사진 찍기를 기다리던 순간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젠가 함께 보던 제주도 하늘의 노을이 아름답다고 말하자 그는 20분만 지나면 제 색이 나온다고 하여 시계 들고 기다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난 그가 진짜로 거기에 있었다고 감동합니다.

  그곳에서 진짜로 기다렸다고 말입니다.

  작업 중이던 작품을 끝내고 전 제주도로 달려갔습니다.

  '여기가 운동장이었는데……' 택시기사는 초행의 저에게 삼달분교가 맞느냐고 오히려 거듭 확인합니다. '여기가 운동장이었다고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3000여평 운동장은 작은 제주라고 해도 좋을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미쳤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산다는 환자에게 어울리는 일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병을 알고 난 후 일주일 동안 방문 걸어 잠그고 들어앉은 후에 갤러리를 만들자고 결심하고 지인 들의 도움을 얻어 분교를 임대하고 공사를 하였습니다.

  '왜?'

  그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형이 뭔데?'

  언제나 친구 걱정에 세세하게 일러줄 말이 많은 친구여도 자신의 관한 한 별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누가 알아준다고?'

  그러나 이 말은 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해 저도 같이 웃었습니다.

  누가 알아줘야 살아 낼 인생이 벌써 아닌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의 손에 남은 제주의 필름 하나하나는 그의 삶이고 사랑이었습니다.

  고산자 김정호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지도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듯이 그 또한 주변인이 보기에도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 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하리 만치 그는 제주를 필름에 담아내는 것에 자신의 생을 아낌없이 바쳤던 것 입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삶이었고 사랑이었던 필름을 세상에 아낌없이 돌려 주는 작업을 합니다.

  "김영갑 갤러리"

  한 남자가 자신의 생을 바쳐 작업한 필름을 그는 세상과 공유하기 위하여 그는 또 다시 남은 자신의 생을 던지고 있는 것 입니다.

  "갤러리 만드느라고 빚을 졌어. 이 빚 다 갚을려면 죽을 수도 없어."

 

  제주를 떠나오며

  비장하게 형의 손을 잡고 제가 말합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형 도와줄게'

  형이 빙긋이 웃으며 말합니다.

  '그 얘기 십년 전에도 했어.'

  저는 아주 유쾌해져서 커다랗게 웃으며

  '푸하하하하! 알았어 형, 내가 돈 안 벌어도 형 도와줄게!'

  정말입니다. 돈을 벌자고 하면 아마 전 형을 돕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돈 벌어야겠다는 사람들 중에 그만 벌어도 되겠다는 사람 흔치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없으면 없는 대로 궁리를 내어 형을 도와야겠습니다.

  행여 빚쟁이 굿쟁이가 오지랍 넓은 척 한다고 흉 잡힐까 염려도 되지만 저도 형처럼 행복해지고 싶어서 입니다.

 

김정숙
글 / 김정숙_극작가,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 1960년생. 희곡 「블루사이공」 「우리로 서는 소리」 「바리」 「쌀밥에 고깃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