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있을 수 있는 허구의 세계지만 작가의 체험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가 살았던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 실제로 작품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개되는 아달베르트 슈티프터(1805∼1868)의 두 작품 「교목림」과 「숲 속의 오솔길」은 작가의 문학 세계 뿐 만 아니라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뵈머발트의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뵈머발트는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 북서부, 체코의 남부 등 세 나라에 걸쳐 있는 넓은 산림지역으로 보헤미아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북쪽에 위치한 숲은 타이아강 상류에서 시작되어 오스트리아와 바이에른, 보헤미아 지방이 서로 만나는 지대까지 30마일 정도 길게 산 그림자를 드리운 채 서쪽으로 이어진다. 산마루와 능선들은 서로 밀치듯 솟아올라 중앙 산맥을 우뚝 형성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예리한 수정결정체와 같다. 산맥은 세 지방에 걸쳐 넓고 짙푸른 삼림을 무한히 감싸안으면서, 사방으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둥근 구릉을 이루고 있다. 산맥의 흐름은 거기서 방향을 바꾸어 다시 북쪽으로 여러 날 여행을 해야 할 정도로 멀리 이어져 나간다.
슈티프터의 대표작 「교목림」의 첫 부분이다. 이 장면은 여행안내 책자에 그대로 실릴 만큼 보헤미아의 자연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숲 속의 꽃들은 얼굴을 쏙 내밀고, 아기다람쥐는 너도밤나무 가지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앞으로 밀고 나오자 공작나비는 옆으로 비켜 날아가고, 휜 가지사이로 석류석처럼 아름다운 초록빛 햇살이 하얀 옷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이제 파릇파릇한 풀밭에는 정적만 남게 되었다. 나무 가지 사이로 이따금 들어오는 햇살, 고대의 정적, 한적한 빈터, 그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짓밟혀 눌려있던 자그마한 풀들은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고, 조금씩 상처 입은 잔디도 눈에 띄었다.
숲의 아름다움과 일상적인 자연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체험을 할 수 있는 「교목림」은 뵈머발트의 자연과 폐허가 된 옛 성을 무대로 하는 일인칭 소설이다. 삼십 년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쟁에 대한 서술은 거의 없다. 대신 비팅하우젠의 점잖은 노신사와 두 딸이 등장한다. 그리고 막 피어오르는 꽃봉우리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한나, 스웨덴의 전쟁영웅 로날드와 사랑에 빠진 클라리사, 이들 자매를 보살펴 줄 남작의 오랜 친구 그레고르가 함께 나온다. 숲 속에 사는 그는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백발의 노인이다. 스웨덴 군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비팅하우젠 성의 하인리히 남작은 두 자매와 인적이 드문 외로운 산 정상의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간다. 두 딸을 위해 아름다운 호수로 둘러싸인 푸른 초원에 세워둔 통나무집으로 가는 길이다. 노인에게 딸을 맡긴 남작은 아들과 함께 다시 성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두 자매는 전쟁으로 아버지와 사랑하는 연인을 모두 잃고 쓸쓸히 숲 속에 남는다.
두 자매는 태고의 자연림으로 들어가면서 신비한 숲의 세계를 경험하고, 숲 속의 오두막에서 노인과 함께 외로이 생활하는 동안 자연의 다양한 변화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 의문의 밀렵꾼 소문, 그레고르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와 민요 등에서 낭만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교목림」과 함께 소개할 「숲 속의 오솔길」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 이상하고 바보 같아 보이는 주인공 티부리우스는 이웃에 사는 의사의 권유로 온천으로 요양을 떠난다. 그곳에서 열심히 산책을 하고 온천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숲 속의 오솔길에서 아름다운 아가씨 마리아를 만난다. 두 사람이 넓은 숲 속을 함께 거닐거나 그림을 그리고 딸기를 따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고요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무엇보다 위대하게 생각하는 슈티프터는 자신의 예언대로 21세기의 문턱을 넘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 책은 시대와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될 것이다. 세속의 욕구나 단순한 호기심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 「교목림」과 「숲 속의 오솔길」은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 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