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나는 북한의 강원도 인민위원회가 주관하던 38선 인접 지역의 농촌 위문대로 차출되어 지금의 연천, 전곡 지방의 한탄강 유역 농촌을 열흘 가량 순회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일행으로 나왔던 동료 학생, 트럼펫 연주자와 연천 읍내 사진관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었었다. 사진관측 말이 기왕에 기념사진을 찍을 참이면 날씨도 좋으니 바깥에서 찍자고 하여 이런 모습으로 찍었다. 사진 속에 넣은 "들뜬 두 마음"이라는 어구는 내가 지었었는데, 그 뒤, 아버지께서 이 구절은 누가 지었느냐고 물어 내가 지었다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제법이군" 하고 한마디 하셨었는데 내가 아버지에게서 글 짓는 것으로 칭찬 비슷한 소리를 들은 것은 내 평생에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사진의 입수 과정도 나로서는 기적이었다. 1995년인가, 몇 년 동안 수소문 끝에 연변의 김학철 옹을 통해, 현지에서 북한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 여인 하나를 알선받아 겨우 누이동생과 연락은 되었지만, 1950년 내가 19세, 누이동생이 9세 때 서로 헤어져, 우선은 본인임을 증명할 만한 문건 같은 것이 필요하였는데, 누이동생은 바로 이 사진을 그 증빙자료로 보내 왔던 것이다.
이러니 틀림 없었다. 나는 진짜배기 누이동생임을 즉각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호철
글 / 이호철_소설가. 1932년생. 소설 『남풍북풍』『서울은 만원이다』『남녘사람 북녁사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