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시대의 화제작
박덕규
-
문학퍼즐
운영자
-
기획특집
문정연
김성곤
차즈 브렌츨리
송경아
이영도
-
SF콩트
김종광
-
재외한국인작가
박은미
-
재단 소식
운영자
-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정끝별
-
작가를 찾아서
고영직
-
원작 대 영화
윤진
-
시론
이동하
-
소설묘사사전
운영자
-
신간도서
운영자
-
산수유기
이종묵
-
번역후기
박진형
-
문학현장
김용락
김명호
안영국
-
세계의 문학상
조혜영
-
번역서 리뷰
전창배
한대균
-
생각하는 동화
안도현
-
독자노트
정기상
-
대산칼럼
윤상철
-
대산문학상
김수용
서경석
임동확
이정화
-
이 계절의 문학
김영번
-
한국학의 현장
윤해연
-
명작순례
이치수
김재혁
-
문학칼럼
유안진
이태동
-
글밭단상
제이슨 로즈
함정임
장성희
이정록
조정권
김성동
-
대작 에세이
박상륭
-
나의 사진첩
이호철
-
대산초대석
오수연
-
한국문학 해외소개현황
곽효환
-
창작 후기
이옥수
-
숨은 명작을 찾아
신수정
-
우리문학의 순간들
정호웅
-
가상인터뷰
정찬
-
한국문학의 얼굴
박현준
봄이 왔으므로 꽃이 피는가? 꽃이 피었으므로 봄이 왔는가? 겨울이 왔으므로 눈이 내리는가? 눈이 내리므로 겨울이 왔는가? 대모하다면 아주 대모한 철학의 첫 걸음인데, 이러한 철학적 물음 또는 생각이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봄이라고 해서 꽃은 피었으나 꽃의 빛깔이 전처럼 그렇게 밝지가 못하고 그 가짓수가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리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습니다. 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이라고 해서 눈이 오기는 오는데 목화송이를 퍼붓는 것처럼 소담스레 펑펑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수전증 걸린 할머니 키질에 흩날리는 싸래기처럼 힘담없이 떨어지고, 단풍도 끝나지 않았는데 소낙눈이 쏟아집니다. 평생 눈 구경 한 번 못해보던 유럽 어딘가는 소낙눈에 길이 끊어지고 아프리카 모래 벌판에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철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시드럭부드럭 꽃이 피는가 하는데 숨이 컥컥 막히는 찜통 더위가 오고, 나뭇잎에 물이 드는가 싶은데 칼바람이 몰아쳐 옵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봄 가을이 사라졌습니다. 하늘 밑에 벌레들의 보다 더 걱정없고 즐거우며 그리고 푸짐한 삶을 위하여 살터를 소드락질하고 마구 죽이고 망가뜨리고 찢어발긴 앙갚음을 받고 있는 것이니, 무섭고여. 인과응보의 어김없음이라니. 가끔 글지이가 되어보겠다는 이들의 소설을 읽어볼 때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하나같이 컴퓨터로 찍혀 있다는 점입니다.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찍습니다.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대량생산으로 찍어내고 있습니다. 지필묵(紙筆墨)이 사라진 것은 하마 옛날 일이고 원고지까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설을 우두머리로 한 문학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버텨내야 할 '가내수공업'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또 문학만이겠습니까. 농촌이 사라졌고 계급으로서의 농민 또한 사라졌습니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공해에 국경이 없다는 말은 이미 낡아버렸고 전 지구적 덩치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오늘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사사로운 느낌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문명'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명사적·인류사적으로 크게 바뀌는 대마루판에 올라 있습니다. 김치냉장고가 나오면서 김장이 사라졌고 '햄버거'와 '콜라'가 들어오면서 쌀뒤주와 장항아리가 사라졌으니, 가을걷이를 해서 겨우내 꼭꼭 갈무리하여 둘 일 또한 없어진 오늘입니다. '별무리 총총 박혀 있는 저 밤하늘이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일 수 있던 시대, 하늘의 별빛과 인간 영혼 속의 불꽃이 하나이던 시대'의 흐뭇한 삶을 가슴 뭉클하게 말한 것이 루카치였습니다. 『소설의 이론』이라는 책 앞머리에 나오는 말이지요. 시방은 누구도 별자리를 보고 길을 가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모든 길과 그 길에 이르는 꾀를 가르쳐 주므로 그럴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별은 이제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만 무찔러 이겨야 할 맞수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삶은 보람차고 즐거워서 흐뭇한가요? 꿈 속에서 별을 헤며 살아왔던 게 사람이라는 이름의 하늘 밑에 벌레였습니다. 숨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사람들한테는 꿈이 없습니다. 꿈이 없으니 앞날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남김없이 까발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돈'이 골칫거리일 뿐이지요. 돈만 있으면 달나라도 갈 수 있고 별나라도 갈 수 있으며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돈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오늘입니다. 올려다 보는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 김성동
- 글 / 김성동_소설가. 1947년생. 소설 『만다라』 『길』 『집』 『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