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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엔터테인먼트로서 흥행이 될 수 있을까. 지난 5월 초순 나는 오스트리아 도른비른에서 열린 '2003 세계서정시 대회'에 김광규, 나희덕, 정혜영 교수와 일행이 되어 참여한 일이 있었다. 스위스의 접경지대인 전형적인 알프스의 소읍을 연상케 하는 인구 12만의 이 조그마한 도시는 5월인데도 잔설이 덮인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었다. 도른비른 산간마을에서는 5월 한달 내내 슈베르트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내가 놀란 사실은 이 시즌 동안 현존하는 전 세계의 슈베르트 가수, 연주자들이 참가하고 있고 인근 도시 브레겐트의 수상무대에서는 지난해 「라보엠」 공연에 이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조그마한 지역이 상당한 문화적 부를 자랑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세계서정시 대회'가 열리는 도른비른 시내는 말할 것도 없이 인근 도시들까지 멋진 디자인의 행사 포스터가 고혹스럽게 눈길을 끌고 있고 시 당국이 포스터 제작비용으로만 2억원을 지출하는 둥 도른비른 시장 자신이 이 문학행사를 특장화해 정착시키려는 열의를 갖고 있었다. 행사장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창고형의 건물 슈필보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버려져 있던 섬유보관창고 건물이지만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를 완전히 현대식 공연장으로 개조한 곳으로 그 안에는 먹고 마실 수 있는 간이 레스토랑까지 갖추고 있다. 처음 나는 이 행사의 입장료가 2만5천원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닷새 동안의 시낭송 기간에 객석이 꽉 차 있음을 보고 놀랐다. 도른비른의 지역 시인들이 주로 출연하지만 유럽 각지의 중견 거물급 시인들이 초대되고 이번에는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던 시인 노테붐이 특별 초청되 메스컴이 대문짝만하게 연일 보도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주최측이 개막 첫날을 '한국 시인의 밤'으로 특별배려할 정도. 개량 한복을 미리 준비할 정도로 언어가 안되면 몸으로라도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이었지만 첫날의 한복은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유럽시인들이 자유분방하게 시를 공연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시를 읽는 시 낭독 수준었다. 가령 이 지역의 꽤 알려진 젊은 시인 볼프강 헤르만이 등장할 때 현대음악과 시가 접목되는 걸 알 수 있는데 10분간의 시낭독을 돕기 위해 미국에 사는 그의 친구 뮤지션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 정도. 앞서 말한 대로 시가 프로페셔널들의 공연이 되고 있는 이곳에서는 극장장 자신이 티셔츠 차림으로 사회자 역할도 하고 휴식시간에는 섹스폰을 부는 밴드 마스터가 되기도 하고 거금의 입장료를 낸 청중들은 식사와 담소를 즐기며 시인들을 친구로 사귄다. 그야말로 시가 이곳에서는 먹고 마시고 떠드는 우리의 삶과 한덩이가 되고 있고 전혀 고상하지 않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즐거움 중에 시가 천연덕스럽게 끼어 있는 셈이다. 시의 흥행(흥행이란 말이 우리에게 낯설지만)이 부러울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점잖은 정장 차림의 식자층들도 그 고상함을 벗어던지고 흥행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시가 엔터테인먼트로서 일단 자국에서 대중 공연으로 성공하고 그것을 다시 세계에 알리는 일이 가능할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번역이나 출판이라는 형태의 전파도 좋지만, 프랑스가 일찍이 시도한 자국의 시를 세계에 전도하는 시낭송 배우 육성책은 어떨까. 정부의 지원으로 세계를 순회하는 프랑스의 시낭송 배우 비키 메시카 내한 공연을 본 건 1978년 비원 옆 공간소극장에서였다. 짤딸막한 키에 메부리코가 인상적인 파리 시내 어디에서든 흔히 만날 수 있는 50대 중년 남자. 이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중년의 파리지엥은 빅토르 위고의 시로부터 자크 프레베르까지 무려 5백여편의 시를 암송(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 시를 전도하고 다니는 내가 만나 본 시의 전도사였다. 그 때 20대 후반의 나로서는 낯선 나라의 시 부흥회에서 시의 재림을 알리러 다니는 이 배우의 가치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우리에게도 시낭송 배우의 육성이 필요하다. 시의 보급은 시가 공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시낭송 배우의 발굴이 절실하다. '86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슬그머니 일었던 범국민 시낭송 콘테스트 '시인만세!'는 작고한 김수남씨와 함께 영영 사라졌지만 아직도 낙도를 찾아 몇몇 시인들은 시를 전도하는 일을 앞장서 한다.
- 조정권
- 글 / 조정권_시인. 1949년생. 시집 『타는 이불』 『산정묘지』 『신성한 숲』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