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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여름에 나에게 한국에 올 기회가 왔다. 친구에게서 한국 정부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수있는 외국 강사를 뽑는 중이라고 들었다. 미국밖에 모르는 24살 청년이었던 나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대한 책을 찾으러 서점에 갔다. 큰 대학 서점이어서 한국에 대한 책은 적지 않았지만, 내가 찾은 책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의 모든 책들이 미국의 군 장성이나 보수적인 역사가가 쓴 책이었다. 원래 그런 시각으로 쓴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책을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한 구석에 놓여져 있는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Land of Exile: Contemporary Korean Fiction』(유형의 땅: 현대 한국 문학)으로, 나에게 좀 신비롭게 느껴졌다. 유형의 땅이라고?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 그 신비로운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을 사서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가는 기차에서 읽었다. 지금도 그 책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최인호의 「술꾼」, 황석영의 「돼지 꿈」, 그리고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등이 있었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 책으로 나의 한국 모험이 시작됐다. 보스턴행 기차에서 서울의 차가운 겨울 밤을 선명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번역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설들은 물론 영어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 대한 이야기가 영어를 마치 다른 데서 온 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다 본 다음에도 한국이 왜 유형의 땅인지 이해하기는커녕 그 질문의 진정한 답을 구하려면 한국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한국의 현대사가 한국문학 속에 담겨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였다. 그 때는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조차 모르던 내가 한국어로 된 책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해서 그 기차에서 상상했던 땅을 현실로 봤을 때, 한국은 나에게 완전히 생소한 땅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차간에서 읽었던 책 때문에 난 그 '유형의 땅'이라는 한국의 수수께끼를 꼭 풀고 싶었다. 그것도 문학으로. 그 문제는 여전히 나에게 참 어렵고 신비로운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에 온 지 5년쯤 되었을 때 제주도 해안 모래밭에서 햇볕을 쬐면서, 처음으로 그 기차 안에서 읽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한국어로 읽었다. 그 대학 서점에서 거의 놓칠 뻔했던 그 책이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소소하고 눈에 잘 띄지 않은 것이 나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 1996년에 한국에 도착한 나에게 내가 7년 후에 한국에 살면서 한국문학을 번역하고 있을 거라고 했으면 난 절대로 믿지 못했을 것이다. 『유형의 땅』이라는 책의 번역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번역한 작품들 덕분에 시작했던 나의 한국에서의 모험은 갈수록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 제이슨 로즈
- 글 / 제이슨 로즈_번역가, 연세대 실용영어과 강사. 1971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