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대산문화재단은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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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겨울호 (통권 46호)
대산문화재단은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여왔습니다

나는 2009년에서 2010년 중국 소주에 있는 소주대학 한국어과에 교수로 가 있었다. 소주는 상해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이다. 차로 2시간 거리는 우리 기준으로는 꽤 먼 거리지만 중국 기준으로 하면 이웃 동네나 마찬가지다.

내가 처음 소주에 가서 놀란 것은 삼성, LG, 포스코 등의 우리나라 기업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다 보니 소주에 거주하는 한국인도 4만명이 넘는다. 그러니 소주대에 한국어과가 생길만도 했다.

나는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이 정도면 소주대에 한국과 관련한 책이나 자료들이 꽤 있으려니” 기대를 했었다. 이러한 기대는 강의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어느 날 한국말을 배우려고 열심인 여학생 하나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 찾아왔다. 무언가 보았더니 옛날 시골 장에서나 팔았을 법한 얇고 조악한 책이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는 나에게 그 여학생은 무슨 신기한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어설픈 한국말로 외쳤다. 선생님! 도서관에서 드디어 한국말로 된 책을 찾았어요. 너무 너무 신기해요!

나는 그 여학생의 말에 낯이 뜨거워졌다. 그래 우리나라에 그럴 듯한 기업들이 소주에 다 들어와 있는데 한국어과가 있는 소주대에 한국 책을 기증할 생각을 한 인간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단 말인가? 그 낡은 책도 중국 연변 자치주에서 발간한 한국 소개 책자였다. 안 되겠다 싶어 급한 대로 집에 있는 내 책을 부치라고 해서 한국어과에 기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어학과 교수들이 싱글벙글하며 날 찾아왔다. 대산문화재단이 오백만원 가까이 지원해서 제대로 된 한국 책을 살 수 있게 되었다며 교수마다 신청한 책 목록을 보여주었다. 나는 비로소 구겨졌던 품격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대산문화재단은 우리나라의 품격이다!             
 
김진경
김진경ㅣ시인, 소설가. 1953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