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니더라. 독일 서점은 종종 문학 읽기 공연장이 되더라. 서점 입구에 벤치 열 댓 개 놓아두고, 문학가들은 책 진열대 앞에 앉거나 서서 자신의 책을 독자들에게 직접 읽어주고 자유로운 방담도 나누더라. 유럽 최빈국에 속하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거리를 걷다 보면 1킬로미터도 못 가서 눈에 밟히는 게 서점이더라. 루마니아 서점은 새 책만 파는 게 아니더라. 서점에 들어서면 신간도서 코너고, 한 계단 높은 뒤쪽은 헌책을 파는 코너더라. 그런데 헌책이 더 비싸더라. 큰 서점 뒤편에는 전시장이 곁들여져 있더라. 서점 부속 전시장은 도서 전시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로 개방되어 있더라.
루마니아의 서점은 라틴족의 교양을 은연중 드러내는 문화공간이더라. 금박 장식을 한 책들이 많아서 물었더니, 그만큼 책을 사랑하는 민족이란다.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도 서점이 도시 곳곳에서 발길을 붙들더라. 그런데 책값이 워낙 비싸서 시민들은 비싼 책값만큼 책에 대한 존경심이 높더라. 2014년에 보고타 국제 도서전시전을 여는데 한국이 주빈국이라더라. 그러면서 그때 꼭 마르케스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가지고 오라고 권하더라. 마르케스 문학 기념관은 보고타 문화 구역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대더라. 서울시 어느 문학관에 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더라. 문학관이 모두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구석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지.
교보문고는 서울 한가운데, 아니 대한민국 1번지에 위치해 있어서 그나마 항상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지. 그래도 명색 글 쓰는 사람이라서 책 읽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기 때문이지. 그 점에서 대한민국 집필가와 독서인은 교보문고가 있어서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지. 더욱 좋은 것은 대산문화재단이 서점 건물 9층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 대산문화재단에 들르면 차 한 잔 마시고 메모할 공간도 있고, 시인이 실무 책임자로 버티고 있어서 서먹하지도 않지. 게다가 대산문학상이 매년 문단의 관심을 불러 모으지. 교보문고가 대한민국 집필가와 독서인의 물적 기반이라면, 대산문학상은 정신적 기반이지. 만일 대산문화재단이 존재하지 않고 대산문학상이 없다면 교보문고는 그냥 큰 책방일 뿐이지. 대산문화재단이 있고 대산문학상이 있고 대산대학문학상이 있고 계간 《대산문화》란 잡지까지 있으므로 교보와 대산은 한국 출판문화의 물적 정신적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지. 그래서 교모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은 20년이란 시간을 버티면서 한국 집필가와 독서인의 성역으로 존재하고 있지. 축하할 일이지, 암, 축하할 일이고 말고.
덧붙여 부탁한다면, 한 스무 평 정도라도 좋으니 자신의 책을 읽어주고 들어줄 작은 낭독 공연장 겸 도서전시장 같은 거 하나 마련하면 안 되남. 그곳에서 커피도 셀프로 싸게 마시면서 집필가와 독서인이 마음 편하게 죽치고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담을 나누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나는 서울 가면 무조건 그곳에서 사람 만날 수 있는데. 교보문고 가서 책 사고 대산문화재단 올라가서 소식도 듣고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