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장
①제29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 선정

- 9~10월 시·소설·희곡·번역(영역) 본심 진행

  • 문학현장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①제29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 선정

- 9~10월 시·소설·희곡·번역(영역) 본심 진행

제29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의 본심 대상작이 확정되었다. 해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을 선정, 시상해 온 국내 최대 규모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은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부문에서 시상을 진행하며 시·소설 부문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한다.

예심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시 부문 9작품, 소설 부문 7작품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다(오른쪽 참조). 예심위원으로 시 부문에 강성은(시인), 서효인(시인), 조강석(시인, 연세대 교수), 소설 부문에 소영현(평론가), 이수형(평론가, 명지대 교수), 임현(소설가), 조해진(소설가)씨 등이 참여하여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였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만개한 시집들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 시의 전체 속에서 한 권 한 권의 위치를 확인하길 반복했다. 특히 시집 자체의 예술적 성취, 시인만의 개성, 지난 작업들이 이룬 성취와의 변별점 등을 중심으로 대상작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뚜벅이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국 시가 이룬 자그맣고 빛나는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 유독 빛나는 7작품을 본심 목록에 올렸다.

소설 부문은 지난 1년 간 발표된 작품 중 의외로 코로나19에 관한 작품들이 드물었는데 수년 전 이미 재난 서사가 우리 문학을 휩쓸고 지나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문학과 현실 간의 시차를 실감하며 심사를 진행하였다. 이 시차를 감지하고 여러 시간대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시야가 장편소설의 핵심이라고 밝힌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오른 7작품들이 모두 이를 담보한 작품으로 한국 장편소설계의 성과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제29회 대산문학상의 최종 수상작을 선정할 본심은 단심제로 운영되는 희곡·번역 부문을 포함해 9월부터 두 달 간 진행되며 11월 초에 수상작을 발표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말에 개최될 예정이다.

 

 

시 부문 ㅣ 심사평

세 차례의 심사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다. 아니 얼굴만 마주 보았다. 팬데믹 이후 각종 회의와 강의, 행사의 표준이 된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심사가 진행된 것이다. 화면에는 평소 신뢰해 마지않았던 동료의 얼굴이 있었지만, 그 동료와 한 테이블에 있을 때 흔히 감돌았던 모종의 분위기, 우리가 함께 시를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있다는 공감, 각자가 꼽은, 꼽지 않은 시를 이야기할 때 조금씩 달아오르는 공기의 온도 같은 것들은 쉽게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국에 불필요한 불평이었다. 우리 앞에는 이 시국에도 갖가지 모습으로 만개한 시집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카메라의 줌을 당기고 풀듯이 한국 시의 전체를 조망하고 한 권 한 권의 장점을 발견하길 반복했다. 각기 30여 권을 골라 추천 사유와 제외 사유 등을 토론한 끝에 서른여섯 권의 시집을 2차 심사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서른여섯 권의 시집을 두고 다시 줌인과 줌아웃의 과정을 거쳐 열여섯 권의 시집으로 예심의 최종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세 차례 화상회의를 반복하면서 인터넷에서 깃드는 분위기 또한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앞서 말한 모종의 분위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1년 동안 나온 시집을 일별하는 넓은 시야에서부터 한 권의 시집의 색깔을 가늠하는 시선과 그 안에 한 편의 시집을 건져 올리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줌은 한국 시라는 피사체의 내외부를 비춰보기 바빴다. 바쁨을 완화해줄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시집 자체의 예술적 성취가 눈에 띄는지, 시집 전반에서 시인만의 개성을 새삼 발견할 수 있는지, 그간의 성취에서 이번 시집만의 변별점을 획득했는지, 한권의 시집의 흐름이 논리적인 동시에 변화무쌍한지 등등.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아홉 권의 시집을 본심 대상작으로 선했다. 그 과정에서 대상 시집과 친연성이 있는 심사위원의 경우, 해당 시집의 심사에서 제척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차라리 디스토피아 SF의 한 장면이라 해도 될 법한 시기에도 시는 뚜벅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해 동안의 시집을 일별하며 현실에 응전은 보다 정교해졌으며 감각의 옮김은 더욱 대범해졌음을 확인했다. 한국 시의 오랜 성과를 토대로 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자그맣고 빛나는 존재가 여기에 있다. 아주 조금 더 유별나 보였던 빛남을 아홉 권의 시집에서 발견했을 따름이다. 우리의 줌, 그 안에서 한순간이라도 발발했던 빛을 담으려면 이 지면과 심사와 문학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만났다. 시는 불가능한 일을 불가능한 방식으로 꿈꿀 때 가능해지는 사각지대다. 사각지대가 날로 넓어지는 요즈음이다. 이 시기에, 이 시국에 시가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 예감을 함께 현실로 만들어갈 든든한 시집들이 있어 실로 다행한 마음이다.

- 강성은 서효인 조강석


소설 부문 ㅣ 심사평

이번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예심 역시 예년처럼 작년 2020년 8월부터 올해 2021년 7월까지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판매 부수라는 가시적인 지표뿐 아니라 다른 여러 면에서도 독서 대중들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편소설은 문학 내의 많은 양식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아왔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고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내가 말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지금 어떤 소설을 쓸지 고민한다면, 2년째 뉴스 속보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무난한 대답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올해 출간된 장편소설들을 읽어봐도 코로나19에 관한 작품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소설 집필에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차(時差)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를 연상시키는 재난 서사는 이미 수년 전 우리 문학, 독서계를 휩쓸고 지나갔다는 점에서 그 시차 역시 단순하게 이해하고 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 성급히 결론을 내리자면, 장편소설을 매개로 묶인 작가와 독자, 그리고 문학과 현실의 관계는 어느 한 변수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편소설은 모종의 시차(時差/視差)를 견지하면서 독자 혹은 현실과의 관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로는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 때로는 영향을 받으며 생산과 재생산, 갱신을 거듭할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경욱의 『나라가 당신 것이니』, 김금희의 『복자에게』,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 이장욱의 『캐럴』, 장은진의 『날씨와 사랑』,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 최은영의 『밝은 밤』 등 모두 7편이다. 딱히 어떤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총평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7편의 작품들은 때로는 좀 더 가깝게, 때로는 좀 더 멀게 진동하면서 현실과의 관계를 겨누고 있다. 본심 대상작 목록을 일별하니, 우리들의 삶에는 현재의 몫만이 아니라 과거의 몫, 게다가 미래의 몫까지 간단치 않게 섞여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분량이나 소재나 이념이나 장르 면에서 작품들마다 상이하지만, 여러 시간대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시야(視野)라는 점만으로도 우리는 장편소설의 핵심을 능히 식별할 수 있다. 2021년 대산문학상 수상의 영예가 어느 작품에 돌아가느냐는 예심의 영역을 떠난 문제지만, 이번 본심 대상작의 면면만으로도 한국 장편소설계의 성과가 여실히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소영현 이수형 임현 조해진

장근명
대산문화재단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