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잃어버린 날들이 있다. 어째서 인간은 존재를 고민하게 만들어졌을까. 태어난 이상 그냥 사는 것 외에 도리가 없는데. 자꾸 의미를 찾으려는 것이 불편하다. 어떤 절박한 마음이 내가 아닌 타자에게 가닿고 그것이 ‘우리’가 되는 화학반응을 자아내는 것인지.
눈물은 생각보다 앞에 있고 내가 죽어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그런 일들이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걸 알고 나서 보는 세상이, 나는 좋다.
새나무
숲속에는 새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
영글자마자 사람들은 날개를 꺾어
불속에 새를 집어던진다
맑은 물속엔 층층이 가라앉은 뼈
바람이 실어 나르는 소문
뜨거운 살을 발라 네게 뛰어갔을 때
너는 쟁반을 엎어버렸다
나는 울면서 흙을 털어 살점을 내밀었다
곧 겨울이 올 텐데
눈을 끓여 풀죽을 먹고
어떻게 병을 이겨내려고 그래
숲의 새를 먹으면 눈이 먼다는 소문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잊게 된다는 소문
천천히 두 손이 굳어버린다는 소문
너는 무엇이 두려워 굳게 입을 다물었는지
빈 쟁반을 끌어안고 강을 건넌다
막 내리기 시작한 비가 수면을 두들길 때
나무 아래서
나는 기다린다
날아오르기 직전에 먼저
날개를 움켜쥐려고
좋은 소식
붓꽃이 폈다
꽃잎을 죄다 뜯어 놓았다
어디로 갔니 연락도 없이
별이 쏟아지는 밤
숲은 끝없이 길어진다
나는 눈 뒤에 눈
흔들리는 것은 전부 빛이라고 믿어
몇 번이나 없는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머리끝까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두 발이 먼저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