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첩
이절에서의 눈송이낚시

  • 나의 사진첩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이절에서의 눈송이낚시

 

오래된 미래와 아직 오지 않은 과거의 앙상블, <이절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2022년에 시작되어 2042년에 완성될 프로젝트이다, <이절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이절에서의 눈송이낚시>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일테면 예술의 고아들을 위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이곳은 한국의 루르마랭이자 몽파르나스가 될 것이다 

세상의 변방을 떠도는 오랑캐들의 베이스캠프, 불란서 고아들의 망명처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이절에서의 눈송이낚시>를 꿈꾸는 그대여, 아름다운 오랑캐의 계절을 찾아가자 

옛날은 눈이 내리는 밤이었고 눈이 내리는 밤은 모두 옛날이었으니 <이절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아직 오지 않은 과거와 오래된 미래의 앙상블, <옛날>을 지향할 것이다

 

이절, 불란서 국화(菊花) 데이지 꽃이 피는 곳

돌배나무 꽃들이 지상의 별처럼 환하게 매달려 있는 곳 

백석의 「정주성」에서처럼,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 언젠가 강원도 정선의 이절리나 귤암리, 가수리 정도에 조그만 오두막 하나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운 동무들 언제든 찾아와 맘껏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 지상의 오두막 하나 있으면 좋겠다

박정대
시인, 1965년생
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삶이라는 직업』 『모든 가능성의 거리』 『체 게바라 만세』 『그녀에서 영원까지』 『불란서 고아의 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