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칼럼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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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

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문화 현실에서 일반 대중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면서 문학의 영향력을 증대하고자 하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하고 협업하여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공중파 뉴스 보도를 통해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를 연중기획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거울이 된 소설, 한국 문학사를 빛낸 소설 50편을 엄선해서 2021년 5월 16일(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저녁 ‘KBS 뉴스 9’를 통해 1편씩 소개하는 것이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을 선정하기 위해 문학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역 문학평론가 150여 명에게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 시대적 맥락을 가지는 작품, 작품성을 확보한 작품 등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생존 작가의 소설 가운데 대중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10편씩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설문을 보냈고, 최종적으로 총 103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모은 답변을 토대로 통계 자료를 마련하고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부회장, 상임 이사, 편집위원 등 1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숙고를 거듭한 결과 최종 50편을 선정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이렇게 선정된 각 작품마다 해설을 맡을 대표 평론가를 선정하는데, 이들은 ‘KBS 뉴스 9’를 통해 매주 해당 작품이 소개될 때 작품 해설 인터뷰, 작품론 게재, 방송 자문 등을 맡는다. 매주 본 방송 이후에는 KBS 뉴스 홈페이지에 방송 동영상, 대표 평론가의 작품론,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 등을 업데이트해서 독자 및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소스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방송된 작가의 작품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임철우의 『봄날』,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 방현석의 「새벽출정」, 김승옥의 「무진기행」, 은희경의 『새의 선물』, 김숨의 『한 명』, 편혜영의 「아오이 가든」, 김연수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황석영의 『손님』 등 15편이고, 각 작품의 해설을 맡은 대표 평론가는 순서대로 홍기돈, 박인성, 김형중, 우찬제, 홍용희, 남진우, 강지희, 허희, 정과리, 서영채, 남승원, 이광호, 황종연, 심진경, 이재복 평론가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공중파 방송의 뉴스 보도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된 적이 없었던 한국문학,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소설을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연중기획으로 다뤄보겠다는 시도로서 그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다. 그동안 방송 뉴스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작가와 문학평론가와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안방 시청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우리 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더 나아가 작가와 평론가와 독자 및 시청자가 함께 향유하는 문학적 축제의 장을 열 수 있다. 문학의 창으로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투시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대중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는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에 이어서 <우리 시대의 시>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준비되어 방영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소설이 시대 및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몸체라면, 시는 그 몸체의 성감대로서 시대 및 시대정신의 정수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소설> 프로젝트에 이어서 <우리 시대의 시> 프로젝트가 방영된다면 독자 및 시청자들은 우리 시대의 몸체와 성감대를 함께 감지하고 진단하며 성찰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오형엽
평론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5년생
평론집 『신체와 문체』 『주름과 기억』 『환상과 실재』 『알레고리와 숭고』,
저서 『문학과 수사학』 『한국 모더니즘 시의 반복과 변주』 『현대문학의 구조와 계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