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②유튜브가 바다라면 뛰어드는 수밖에

- 영상과 활자 사이

  • 기획특집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②유튜브가 바다라면 뛰어드는 수밖에

- 영상과 활자 사이

출판사에 협업 제안 메일을 보내면서 채널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던 때가 기억난다. 저는 유튜브에서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이 채널은 책을 소재로 하는 북튜브 채널이고, 저는 이 책에 대해 이런 이런 기획을 준비했고, 영상이 올라가면 이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아마도 북튜브라는 걸 들어본 적도 없을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설명했더랬다.

시간이 흘러 2021년 현재 ‘겨울서점’은 20만 명 정도가 구독하는 채널이 됐다. 2017년 1월에 이 채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채널이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나도 몰랐고, 내 주변 사람들도 몰랐고, 출판인들도 몰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졌냐 하면, 사람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고, 책을 덜 읽게 됐다. 슬픈 소식이지만 일단은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겨울서점의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 출판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그 방향성도 제시할 수 없다. 겨울서점이 유일한 대안도 아니고 해결책도 아니지만, 겨울서점을 하나의 길잡이 사례로 삼아 책이 영상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을 방안을 생각해 보자. 더불어 겨울서점의 사례를 중심으로 삼는 만큼 이 글은 전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술될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영상이 책의 자리를 위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에게는 영화의 등장이 있었고 텔레비전의 등장이 있었다. 그런데 유튜브라는 매체가 결정적으로 책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가 이전의 영상 매체들과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은 차원이 다른 접근성에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에 텔레비전이 있고 밖에서는 신문이나 책을 읽어야 했던 시절이 지나, 이제 빈손에는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게 됐다.

물론 기술 발달만으로는 유튜브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유튜브는 사람들을 유튜브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고, 그 전략은 유효했다.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유튜브의 지상 목표는 ‘최대 다수의 최대 접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물론 유튜브는 미디어 매체로서의 목표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매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적인 목표를 살펴보자).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위한 판을 벌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야 더 많은 광고와 높은 광고비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접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자주 들어와서, 최대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즉, 첫 번째, 사용자에게 습관을 심어야 한다. 두 번째,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습관을 심는 메커니즘은 다양하다. 일단 ‘구독’이라는 가장 단순한 기능조차 사용자의 습관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구독 버튼을 언제 누르는가? 특정한 채널에 관심이 생겨 그 채널의 새로운 영상을 받아보고자 할 때 누른다. 새로운 영상이 떴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한다. 유튜브는 습관이 된다. 다른 경로도 살펴보자. 유튜브는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채널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애정이 생긴다. 애정이 생긴 사람의 소식을 계속 듣고 싶다. 유튜브는 습관이 된다.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서로 싸운다. 서로를 저격하는 글과 영상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나는 새 소식이 궁금하다. 유튜브에 접속한다. 유튜브는 습관이 된다.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가게 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들어온 사용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기능이 추천 알고리즘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한 편만 보고 끄는 일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사용 경험은 계속해서 쌓이고,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계속해서 정교해진다. 하나만 더 보고 자야지, 하나만 더 보고 자야지, 하다 수 시간을 훌쩍 떠나보낸다. 최대 다수의 최대 접속.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영상을 많이 보게 되었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유튜브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유튜브는 실제로 채널 운영자들에게 ‘커뮤니티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채널의 구독자 애칭을 정할 것을 권하고, 댓글로 활발한 소통을 하도록 제안한다. 채널에 주어지는 커뮤니티란(영상이 아닌 사진과 글을 올릴 수 있는 기능)도, 운영자가 댓글에 부여할 수 있는 ‘하트’ 기능도 이러한 소통을 위한 것이다. 유튜브는 채널 운영자와 구독자가 같은 사회 속에서 같은 것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는 감각을 선사한다. 소속감과 친밀감과 애정. 이토록 강력한 기제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유튜브는 소셜 미디어적 기능을 겸하고 있다. 유튜버는 인플루언서, 구독자는 팔로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는 실제로 앱에 채팅 기능을 도입해본다든지 인스타그램에만 있었던 스토리 기능(24시간 후 사라지는 짧은 영상)을 도입하는 식으로 소셜 미디어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자 노력해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중독성을 그대로 가져오려 한 것이다. 결국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괴물 같은 중독성이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후반부에 나는 이렇게 썼다. “애초에 책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책이 좋은 매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거나 대단한 정보가 아닙니다. ‘뭐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정도의 마음만 심어 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죠. 유튜브가 대세인 상황에서 여전히 책의 멋짐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유튜브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의 재미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집니다.” 겨울서점은 사람들이 책에서 떠나 영상으로 향하는 동안 함께 영상의 세계에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의 멋짐을 이야기해왔다.

이야기를 한다고 다 듣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겨울서점은 어떻게 성장했는가? 유튜브를 더 보고 책을 덜 읽는 시대라면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성장하지 못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겨울서점이 성장한 뒤에 이를 설명하는 일은 결과론적이 될 수밖에 없지만,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바를 조타의 키로 삼아 그 위험을 감수해보겠다.

앞서 서술한 유튜브의 전략, 즉 채널의 습관화와 커뮤니티화에 비추어 겨울서점의 적합성을 판단해보자. 그렇다면 ‘겨울서점은 어떻게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을 다음의 두 가지 질문으로 바꾸어볼 수 있다. (1) 겨울서점은 어떻게 여행객들을 방문자로 만들었는가? (2) 겨울서점은 어떻게 구독자들에게 습관의 일부로 자리 잡았는가?

일단 질문(1)에 있어 겨울서점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책을 다루는 영상은 클릭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서점은 채널 운영 초기에는 아예 책을 좋아하는 독자를 타깃으로 삼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 1년 정도는 채널이 도달할 수 있는 구독자 수의 최대치가 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겨울서점의 영상이 소구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겨울서점을 방문하도록 하는 킬러 콘텐츠가 하나둘씩 생겼고, 그 과정에서 목소리나 화법에 이끌려 채널을 구독한 경우들이 있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만드는 영상의 타깃을 조금씩 확장하여 독자와 비독자가 각각 좋아할 만한 영상을 번갈아가며 만드는 식으로 밸런스를 조정했다. 현재의 겨울서점은 둘 모두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제목과 썸네일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평균 조회 수가 늘어난 상태다. 물론 무조건 겨울서점처럼 할 필요는 없으며, 채널의 운영 방식을 아예 정보성 채널로 잡는 방법도 있다. 책을 소재로 하는 채널이 아닌, 책의 내용을 정보성 콘텐츠로 가공하여 전달하는 방법이다. 채널 주인과 구독자 간의 친밀감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조회 수와 구독자를 늘리는 데에 있어 훨씬 유리한 방안이다.

질문(2)에 대한 답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꾸준함과 성실함. 겨울서점은 책 마감을 위한 휴방을 제외하고는 매주 화요일 정오에 영상을 업로드해왔다. 친밀감을 생성하는 데에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영상의 통합성. 겨울서점의 영상은 좋은 목소리로 비문이 적은 문장을 구사하며 알찬 내용을 전달한다는 일관된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더해 영상의 분위기와 구성 요소의 디자인 역시 일관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통합된 인상을 전달한다. 세 번째, 긍정적인 분위기. 겨울서점은 거의 모든 영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전달한다. 댓글을 비롯한 채널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비교적 적다. 이에 더하여, 모든 사랑받는 채널이 그렇듯, 채널에 운영자의 진심이 담겼음은 물론이다. 나는 진짜로 책을 좋아하고 구독자들은 그걸 안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겨울서점은 구독자들에게 ‘좋아하는 언니’, ‘친근한 동생’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

결국 겨울서점이 책을 권하는 방식은 유튜브로 ‘책’을 권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튜브’로 책을 권하는 방식이다. 유튜브 채널로서의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단순히 책을 보라고 말하는 채널이 아니라,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을까 궁금해지게 만드는 채널, 열심히 사는 사람 얼굴을 매주 보는 게 좋은 채널, 그런 유튜브 채널이 일단 있고, 그렇게 친밀감을 느낀 사람들이 그다음에 채널에서 추천하는 책을 구경해보는 것이다. 유튜브가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소셜 미디어임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겨울서점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유튜브 채널이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지는 않고, 겨울서점과는 다른 북튜브 채널들도, 또 다른 여러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한 가지만은 명확하다. 유튜브라는 바다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면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는 것. 유튜브의 바다에 즐겁게 뛰어들고,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지켜내보자.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김겨울
작가, 북튜버, 라디오 DJ
저서 『책의 말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