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①유튜브 세대가 등장했다

  • 기획특집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①유튜브 세대가 등장했다

요즘 아이들은 TV를 한 번씩 손으로 문지른다는 얘기를 부모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퍼스트 스크린’이 스마트폰인 아이들은 TV도 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꿉놀이를 할 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인사말처럼 하는 “구독, 좋아요” 멘트를 따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유튜브 콘텐츠가 삶에 스며들어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요즘 아이들을 부르는 표현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끼고 생활한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7.8%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주로 하는지 묻자 ‘유튜브’라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2018년 한겨레 <‘유튜브 장애’가 드러낸 ‘세대 차이’>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 접속 오류 사태 당시 포털 사이트 ‘10대가 더 많이 본 뉴스’ 섹션의 1~5위가 모두 유튜브 접속 오류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반면 ‘50대가 더 많이 본 뉴스’ 섹션에는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유튜브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TV와 유튜브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디어 이용 방식은 ‘환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처한 미디어 환경은 기성세대와는 차이가 크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던 1990년대 초만 해도 본방이나 재방송 시간을 놓치면 평생 그 콘텐츠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일이었다. 700메가바이트 분량의 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데 7시간 정도 걸렸지만, 이를 불편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터넷 환경이 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쾌적해졌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유튜브를 비롯한 OTT 서비스(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곁에 있는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이제는 700메가 영상 다운로드에 1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겐 그마저도 불편하고, 불필요한 일이 됐다.

미디어 소비의 ‘개인화’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1990년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만 시청할 수 있었다. 채널 수가 적고 TV 외에 즐길 거리도 많지 않다 보니 드라마 시청률이 30%가 넘는 일은 흔했다. 유명 드라마 방영 다음 날 사람들이 모이면 이 드라마에 대한 감상평이 대화의 주된 화제였다. 2000년대 들어 케이블 채널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다채널 시대가 되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볼거리가 크게 늘었다.

 

 

유튜브라는 무한한 볼거리를 마주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특정한 콘텐츠를 집단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두드러진다. 강선초등학교의 유튜브 교육 수업 사례를 취재한 적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가장 즐겨 보는 채널이 무엇인지 묻고 학생들이 채널 이름을 말할 때마다 칠판에 썼다. 그런데 학생들이 말한 채널의 수와 학생 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각자 다른 채널을 즐겨 본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취향의 세분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TV 시대에는 취향에 따른 소비가 이뤄지기 힘들지만, 유튜브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따른 선호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다. 단순히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장르에 따라서,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 선호하는 크리에이터가 다르다. 같은 게임 콘텐츠라도 2~3살 연령차가 벌어질 때마다 선호에 차이가 있을 정도로 수요가 세분화돼 있기도 하다.

미디어 수용 방식도 달라졌다. TV, 책과 같은 미디어는 생산자가 만들면 수용자는 이를 받아들이기는 ‘단방향’ 미디어다. 반면 현재 10대들은 스스로 미디어가 되며 ‘소비자’ 역할뿐 아니라 ‘생산자’ 역할도 겸하는 ‘생비자’라 할 수 있다. 10대들을 만나 물어보면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적지 않다. 굳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만들어 올리지 않더라도 직접 영상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편집해서 친구들끼리 공유한다. 이들에게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일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순간이다.

 

10대, 유튜브로 정보 습득 

10대의 삶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건 단순히 이용량이 많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인터넷 방송 초창기에 주목받은 장르는 게임, 먹방 등 ‘예능 콘텐츠’에 국한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조사들을 보면 10대들이 유튜브에서 다양한 장르를 소비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왜 유튜브를 보는지 물어본 다음 특정 예시문을 주면서 ‘동의’하는 정도를 비교했다. 1위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였다. 이어 ‘기분전환이 되거나 즐거워진다’, ‘동영상이라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익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순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정보’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항목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결과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은 적 있다. 포털은 ‘검색’ 결과에 뜨는 정보의 퀄리티로 경쟁하는 사업자인데, 검색 결과에 1020 세대가 만족할 만한 내용이 줄어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일례로 ‘동남아 여행’이라고 검색했을 때 포털에는 기성세대가 주로 가는 여행지가 뜨는 반면 유튜브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고 한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정보 검색이 늘면서 활자 중심의 포털과 거리가 멀어졌다.

실제 10대들을 만날 때마다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물으면 전보다 교양·정보 제공형 채널을 본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물궁이 잡학지식’ ‘1분만’ ‘이슈텔러’ ‘교양만두’처럼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성격의 채널이 늘었다. 주로 짧은 시간 내에 관심 가질만한 정보나 이슈에 대해 해설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다이어트, 운동, 과학, 화장 등 다양한 전문 지식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포털 지식IN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방송의 경우 교양 프로그램, 책의 경우엔 교양서적의 역할마저 유튜브가 대신하는 것이다.

영상 세대, 어떻게 볼 것인가

활자 세대와 영상 세대 사이에 낀 세대 입장에서 유튜브로 정보를 습득할 때 ‘장점’과 ‘단점’을 함께 느낀다. 시각화가 중요한 이슈에서는 장점이 크다. 넥타이를 어떻게 매고, 다림질을 어떻게 하는지를 책을 읽거나 지식IN 글로만 보면 직관적인 이해가 힘들지만 영상을 통해 시연을 하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쉬운 이해가 가능하다.

다만, 지식 정보를 습득하는 교양 콘텐츠를 볼 때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글은 읽고 싶지 않은 대목을 언제든 건너서 읽고, 속도에 대한 조절도 가능하다. 반면 유튜브 영상은 보여주는 순서대로 봐야 하고, 속도 조절에도 한계가 있으니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활자와 영상이 갖는 차이는 많다. 글은 읽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다. 긴 글을 읽고 쓰다 보면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메시지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영상은 좀 더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영상은 말초적이고, 즉흥적이고, 상상의 틈새가 적다. 기본적으로 영상 매체는 소비 방식이 수동적인 차이도 있다.

영상을 주로 소비한 세대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비즈니스워치 <디지털의 등장, 아버지와 아들의 사고방식은 달랐다> 보도에 따르면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답을 구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와는 달라졌다. 또 사고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깊은 사고보다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선형적 사고 패턴이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현상을 이해한다”라고 했다.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젊은 세대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동(情動·affect)이 발동되는가”에 주목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문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업 중 선생님이 ‘가제’의 의미를 묻자 많은 학생들이 ‘로브스터(랍스터)’라고 응답한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바라보는 성인 패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 장면이 인터넷에 ‘짤’로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는 필요 이상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면이 있다. 세대가 흐를수록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오늘날 젊은 세대가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은 그만큼 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EBS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건 오늘날 어린이들의 ‘어휘력’이 부족한 현실이지, ‘문해력’과는 거리가 있다. 한자 교육을 받지 않는 세대가 한자어를 읽지 못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관련 박유신 석관초등학교 교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는 문자 리터러시만이 아니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큰일 난 것처럼 말하지만 중상위권 이하 아이들의 어휘력은 과거에도 꾸준히 좋지 않았다”라며 “문해력의 핵심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텍스트를 파악하는 거지 어휘 몇 자를 더 아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긴 글을 읽는 능력과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전보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염려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처럼 여겨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활자’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갖는 가치는 크지만 ‘활자를 많이 읽는 것’ 그 자체를 이상적인 행위로 여겨온 기성세대는 ‘문해력’에 문제가 없는 걸까.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란에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사회적인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짜 뉴스의 주 수용층은 활자 세대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새로운 세대. 이들은 영상과 친숙하고, 영상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영상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한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기성세대에게 공포를 안겨다 주고 있지만 동시에 기성세대의 소통과 교육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려를 보내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영상 시대에 맞는 소통과 진정한 문해력, 나아가 ‘멀티 리터러시’에 대해 사회가 얼마나 준비됐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1989년생
저서 『안녕, 내 이름은 유튜브!』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 『생각이 크는 인문학: 미디어 리터러시』 『유튜브 쫌 아는 10대』 『가짜 뉴스,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까?』 『MCN 비즈니스와 콘텐츠 에볼루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