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을 기획하며

  • 기획특집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특집을 기획하며

이번호 기획특집은 응용언어학자이자 리터러시 연구자인 김성우와 사회학자인 엄기호가 함께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2020)에서 출발하였다.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유튜브가 책을 집어삼킨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책을 구입하여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에서 책 내용을 소개하는 5분짜리 영상 클립을 보는 일로 독서를 대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이 ‘유튜브’가 된 지도 오래이다. 2위인 카카오톡 사용시간의 두 배가 넘는 사용시간이다(팽동현, 「한국 대세 앱은 카톡·유튜브·네이버·인스타」, 매일경제, 2021.05.19일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급증하다 보니 따로 단행본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읽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찾지 못한다고 할까. 세상에는 재미있는 영상이 너무 많다. 자율성과 편리함의 혜택 속에서 문자(책)에서 영상(유튜브)으로 매체의 권력이 넘어간 듯 보이는 이때에, 책의 미래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또 어떤 것일 수 있을까.

네 분의 필자를 모셔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금준경은 유튜브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든 지금 10대의 달라진 미디어 감각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다. 10대들은 지극히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 경향을 선보이고 있고 정보 제공형 채널을 많이 본다. 깊은 사고보다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선형적 사고 패턴이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특징을 드러낸다. 이런 성향을 이해하면서 이들이 가진 한계보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멀티 리터러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겨울은 실제 북튜버로 채널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유튜브가 어느덧 사용자의 커뮤니티 기능을 수행하고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음에 주목한다. 구독자와 친근한 관계를 형성해온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구독자를 다양하게 늘려온 것이 유튜브로 책 권하는 채널 부흥의 이유였음을 말해준다. 피할 도리가 없다면 풍덩 뛰어들어 책을 지키자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김성우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제안한다. 유튜브와 책이 상호 적대적인 관계 안에서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대상이 아니라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회복하려는 움직임 안에 상호 보완적인 매체로 함께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책과 유튜브의 공존과 새로운 관계 설정이 가능해질 법도 하다. 고교 국어교사인 서현숙은 책 읽는 것이 놀림감이 되어버린 학교 현실에서 글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독서활동을 함께 하면 표정이 달라지고 눈빛이 달라진다. 소년원 아이들에게는 실제 노동 경험에 기반한 글을 쓴 저자들의 책이 큰 관심과 인기를 끈다. 독서토론의 흐름이 만들어지면 또래 압력 속에서 아이들도 변화의 가능성을 드러낸다는 것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 자체의 매력은 여전히 강렬하다는 것을 담담히 증언하는 목소리에 작은 희망을 꿈꾸어보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획으로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책의 미래를 꿈꾸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박상수
시인, 평론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74년생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오늘 같이 있어』, 평론집 『귀족 예절론』 『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