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1975) 봄날의 사진입니다. 시 쓰는 동무 나해철과 교정의 꽃 핀 벚나무 아래 섰습니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온 해철이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랑 데이트할 때 입었던 바바리코트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그때 우리는 매일 만나 농과대학의 숲으로 들어가 같은 제목으로 하루 한 편의 시를 썼습니다. 두 시간쯤 걸렸지요. 시 쓰기가 끝나면 원고를 서로 바꿔보며 합평했습니다. 둘뿐이었지만 격렬한 합평을 했지요. 기성시인의 흉내를 내는 것을 서로 참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이 버릇은 남아서 야, 제발 그런 시시한 시 좀 그만 써라, 고 면전에서 얘기합니다. 당일은 싸우지만 다음날 사랑한다 해철아, 사랑한다 재구야 라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화하지요. 우리 생의 가장 따스한 추억이 깃든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