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첩
청명한 바람의 기억

  • 나의 사진첩
  • 2022년 봄호 (통권 83호)
청명한 바람의 기억

정찬 소설가(오른쪽)와 필자    

 

2019년 2월 말, 부산 인근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소설가 정찬 선배와 함께 한 모습이다. 정찬 선배와는 오랫동안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밥을 벌었는데, 연구실을 마주한 우리는 자주 산행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는 객지 생활의 적막을 달래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그의 검박한 생활이며 ‘겉으로는 서늘하되 속으로는 뜨거운’ 작가정신을 엿보고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독자로서 그의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삿됨이 없는 일상의 모습과 글쓰기에 집중하는 자세는 나의 게으른 생활을 깨우곤 했다. 이 사진은 퇴직한 이듬해 부산에 온 정찬 선배와 함께 기장 쪽 바닷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찍은 스냅사진인데, 그날의 바닷바람이 유난히 청명했던 탓인지 둘 다 웃고 있다.

전동균
시인, 1962년생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우리처럼 낯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