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디든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
‘돈도 명예도 다 싫’다던 노랫가락이 저절로 나오는 시절의 내 풍경을 한번 엿본다.
이 대기실을 언제 벗어날 것인가. 담장을 허물면 된다던가?
나의 풍경
이제 남풍(南風)에 대해 묻는 이는 없다
모란이 있는 풍경 한 폭 나누며 미소 권할 수 없는 나라
서둘러 제 이름 떨구는 4월 꽃들 아래 내 이름자도 풀어 날리며
서 있다
서 있다
그것이 나의 풍경
그림자는
선거 연설문처럼 속되고 길고
자코 메티 선생님처럼
또 길다
대기실
대기하세요
이렇게 말한다
기다리세요
이렇게도 말한다
줄 서세요
차례차례 서세요
이렇게 말한다 번호를 받고
대기실
서로의 눈을 피하면서
조성된 침묵을 어쩌지 못하면서
선고를 기다린다
병을 기다린다
울음까지도 참으며 기다린다
이 수굿함은 무엇인가
함박눈이라도 온다는 듯이
숨도 크게 안 쉬는
분주한 고요들의 대기실
떠들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한다
대기실
나는 일생 거친 모든 대기실에서
명이 급격히 줄었다
나는 제비꽃
나는 매화 동백 라일락
나는 작약 모란 개두릅
머위 나는 속삭임 숨결 큰 숨결
나는 외침 함성 커다란 함성
해와 달이 가는 듯한 청각 바깥의 함성
나는 봄 나는 봄 먼동 싹 새싹
나는 혁명
김수영의 방 말고 혁명
최제우의 개벽 자유 자유 자유 자유
대기실에 와야 하는 목록을
읊조리면서 당뇨 혈압의
진단서를 기다린다
먹구름 떼를 맞이하는 꽃밭처럼
대기실에 앉아서
‘대기실......’
파아란 입술을 달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