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김춘수 시 「능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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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여름호 (통권 84호)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김춘수 시 「능금」 중

어느덧 여름입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회복하고 이전의 분위기를 되찾기 바라는 마음은 여름을 더욱 기대합니다. 해가 가장 뜨거운 날, 나뭇잎의 초록이 진해지고 열매가 맺히는 여름을 보면 이 계절을 생기의 계절로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도 이번 여름은 우리 두 눈 속에 있는 바다의 힘을 믿으며 충만하게 채워가는 계절로 보내면 좋겠습니다.

 

2022년의 봄편 문안 선정을 위해 광화문글판 자문위원들의 추천과 인터넷 공모를 받아 총 28편의 문안이 접수되었다. 6명의 선정위원(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김행숙 시인, 이슬아 작가, 이승우 소설가,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부국장), 허금주 교보생명 전무)이 이를 대상으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김춘수의 시 「능금」, 함성호의 시 「물의 철학자」 중 일부를 최종 문안후보로 선정했다. 이어 교보생명 브랜드통신원의 선호도 조사와 내부 논의를 종합하여 「능금」을 최종 문안으로 선정하였다.

 

능금

        김춘수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중략)

 

2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중략)

 

3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박재현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