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늙은 떠돌이는 이름부터가 타지 사람이었다. 타지라고 하면 바로 옆의 미시시피나 테네시 주(州)가 아니라, 저 건너편의 캘리포니아도 아니라 바다 너머의 이국을 의미했다. 우리는 언제나 사크르망(Sacrement)이라는 이름을 잘못 발음했고, 그럴 때마다 떠돌이는 뽐내듯이 세 번째 어절에 콧소리를 섞었다. 곧 우리는 그것이 성사(Sacrament)와 기원이 동일함을 알게 되었거니와 그 이름에 얽힌 모든 사연이 우습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크르망은 독실한 종교인과 거리가 멀었고 고향으로 돌아갈 가망은 없었다. 왕년에는 기름 묻은 돈다발을 만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이 마을로 흘러들어와 윌쇼 영감의 잡화점에서 동전이나 세는 처지였다. 따라서 그의 이름은 존 조나 톰 정도가 알맞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크르망이 늘어놓는 무용담은 드넓은 땅과 흙만을 아는 시골뜨기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한 것이었으므로, 우리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의 내력을 모두 알게 되었다. 가끔은 그가 먼저 주절거렸고 대부분은 우리가 졸랐다.
주장에 따르면(우리 중 그 진위를 분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크르망의 아버지는 문부성의 하급 관료였으며 어머니는 예쁘장하지만 허영이 심한 여자였다. 삶이 굴러가는 방식에는 빙퉁그러진 면이 있어서 매력적인 사람에게나 볼품없는 사람에게나 각자의 함정을 마련해 놓는데, 그것은 대개 권리의식과 질투가 혼재되는 식이었다. 보다 화려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믿음, 즉 브르타뉴 출신의 하녀 하나만으로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고 동양풍 벽지와 높은 청동 촛대까지 바라는 심성 말이다. 모든 여자가 향락을 꿈꾼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사크르망의 어머니는 확실히 그런 여자였다. 그녀에게는 두 번의 함정과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파티의 주인공이 되고자 부유한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친구에게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대신 3만 6천 프랑을 들여 감쪽같이 똑같은 목걸이를 구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려주었다. 그 후로는 빚을 갚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하녀를 내보내고 집안일을 스스로 도맡았으며 시장에서는 악착같이 값을 깎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젊음과 채무가, 생기 가득한 아름다움과 허영이 함께 말소되었을 때 새로운 함정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과오는 가장 처음부터 존재했으나 모든 파국이 허망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뚜렷해지며 사람을 좌절시키는 것이었다. 당시 사크르망은 어머니의 태내에서 막 손과 발을 얻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몸뚱이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기억마저 물려받은 것처럼 어머니 친구의 말투를 흉내 내곤 했다. “오, 가여운 마틸드! 내 목걸이는 가짜였어. 기껏해야 500프랑밖에 안 됐어!”
즉 사크르망의 어머니는 3만6천 프랑과 그만큼의 젊음을 들여 500프랑을 갚은 셈이었다.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친구와 10년 만에 재회했을 때, 또한 너무나도 뒤늦게 진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정확히 무엇을 느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충격이 어느 순간 종교적인 후광을 덧입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십자가는 낙오자들이 삶을 정복할 유일한 수단이다. 부조리하며 불가해한 고난마저 신의 섭리 속에 있음을 믿음으로써 그에 순응하는 것이요, 순응함으로써 구원받는 것이다. 사크르망이 자란 집의 거실 벽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는 예수의 청동상이 있었는데, 그 길이는 소년의 팔꿈치보다 약간 짧았으므로 목걸이를 걸면 다이아몬드가 발등에 닿아 흔들리게 되었고, 그 흔들림은 오래도록 반복되며 예수의 발을 닳게 만들었다. 죽음을 맞이하고자 형장을 짊어지고 걷는 니산월 금요일의 예수. 친구에게서 돌려받은 목걸이를 되팔지 않은 것은 세속적인 유혹에 다시는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선언으로서, 그녀는 아들을 앉혀놓고 세상 영광의 무용함과 곧 임재할 하늘 왕국에 대해 한없이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신을 비웃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쳐 있었다.
사크르망은 어머니의 독실함과 아버지의 남루함을 더불어 경멸하는 청년으로 자랐다. 그는 돈을 벌기로 일찍부터 마음먹었고, 별다른 배경이 없는 스무 살치고는 꽤나 많은 돈을 모았다. 그러나 예수상에 매달린 목걸이의 값어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때마침 텍사스에서 검은 돌풍이 일었다. 크로아티아 출신 이민자가 십 년간 유황천 일대의 땅을 파 내려간 끝에―그 깊이는 100피트가 넘었다―하루 10만 배럴을 뿜어내는 유전(油田)을 개발했다고 했다. 신문 1면에는 스핀들톱 언덕배기에 꽂힌 분유정과 석유 분수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사진이 실렸으며, 그들의 모습은 어린 양의 보혈을 응시하는 백성처럼 초라하되 경건했다. 사크르망은 신문에서 잘라낸 사진을 간직했고, 텍사스 유정 개발에 투자하는 상품과 직접 텍사스로 떠나는 미래를 마음속에서 견주어 보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두어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들고 도망쳐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탔다.
목걸이를 판 돈은 젊은 사크르망이 미국에 정착해서 돈을 불릴 밑천이 되었다. 물론 그는 성실한 청년으로, 뉴욕에 가만히 앉아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돈을 두고 이 포인트 상승이라거나 일 포인트 하락 따위를 논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전과 흙과 땀의 소중함을 알았고(그것은 우리가 사크르망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했다) 운 또한 따랐다. 그는 빠르게 배웠고, 빠르게 부유해졌으며, 빠르게 교만해졌다. 모 투자개발회사의 인수합병 여부를 두고 동업자와 갈라섰을 때가 첫 번째 시련이었다고,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실수였다고 사크르망은 회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가진 돈을 8할가량 날려 버렸거니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도 쫓겨났다. 남은 돈으로 새 땅을 매입해서 쏠쏠한 수익을 거두긴 했지만 매장량은 기대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했고, 잃은 돈을 메우려면 노력 이상의 행운이 필요했다― 그가 스무 살에 붙잡았으며 지금은 소진해 버린 행운이.
사크르망은 종종 사업적 결정 앞에서 도박수를 던졌다. 승률은 카지노의 게임들이 그런 것처럼 플레이어에게 약간 불리했다. 그래서 그의 자산은 때에 따라 불어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복구에 조바심을 낼수록 곡선은 점점 가팔라졌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의 것과 똑같이 생긴 목걸이, 충분한 돈을 모으자마자 미국 전역을 뒤져 다시 사들인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뿐이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사크르망은 그 목걸이를 품에서 꺼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목걸이를 팔기만 하면 사업 밑천이 나와.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로 다시 시작할 거라고. 아직은 그때가 아닐 뿐이야.” 그러니까 그 목걸이는 무승부의 보루이자 영원한 변명이었다.
솔직히 우리는 사크르망이 목걸이를 팔아넘길 확률보다 목걸이와 함께 묻힐 확률을 더 높이 샀다. 그에게는 마지막 패를 들추지 않고 화장실에 숨음으로써 판돈을 영원히 그 자리에 묶어두려는 사람들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들은 잃을 것이 두려운 탓에 되찾지도 않으며, 따라서 싸워볼 기회조차 없이 남은 몫을 마저 잃어버린다. 우리는 윌쇼 영감의 잡화점에서 동전을 세는 떠돌이가 좋았으므로, 그 비겁성을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한편 가끔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부터 의구심이 치솟곤 했다. 사크르망의 이야기는 진실인가, 영락한 떠돌이의 허풍인가? 그 목걸이에 달린 보석은 정말로 다이아몬드인가? 다른 문제를 다 제쳐두더라도, 우리는 그게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는 점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로 놋쇠 잔이나 쇠못을 긁어 보라는 부탁을 받을 때마다 사크르망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품에 넣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추레한 처지를 허풍으로 감추는 사람이 있으면 가진 것 없는 사람의 허풍에 심기가 불편해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윌쇼 영감의 둘째 아들, 작은 윌쇼가 정확히 그런 유형이었다. 그는 젊어서 타지로 나가 일을 배우다가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하필이면 보석상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사크르망 이야기를 들은 작은 윌쇼는 영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검은 황금이죠, 석유는. 황금이랑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질이 나쁘죠. 손에 쥘라치면 줄줄 흐르고, 정신을 차려 보면 땅에 다 스며들어 없죠. 결국 손만 더러워질 뿐인데 그 손으로 뭘 새로 하기란 어렵죠. 그러니까 석유로 돈깨나 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은 잃어요. 그런 사람 여럿 봤는데, 대개는 몽유병자가 중얼거리는 것보다 못한 소리를 하죠. 아마 그 사람 목걸이도 가짜일걸요.”
우리는 작은 윌쇼의 태도가 마뜩잖았지만 지금이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20센트를 내고 서커스 표를 산 뒤 마술사의 잔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50센트를 쓰는 것은 촌뜨기의 고질병이자 나름의 허영이다. 도시 놈들이 얼마나 교활하든지 간에, 자신은 이런 속임수에 속아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자부심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법원에 끌려가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나쁜 짓을 했다. 작은 윌쇼를 사크르망에게 소개한 것이다. 무용담이 시작되자 작은 윌쇼는 초장부터 빈정거렸고, 사크르망은 우리를 슬쩍 노려보더니(그는 분명히 이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다)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 내려놓았다. 목걸이를 확인한 작은 윌쇼의 눈이 주머니쥐를 잡은 사냥꾼처럼 심술궂은 기쁨으로 번들거렸다. “자세히 볼 것도 없어요. 가품치고는 꽤 공들여 깎긴 했지만 다이아몬드는 아니에요. 팔아 봤자 맨하탄에서 방 하나도 못 구해요.”
“다시 봐. 진품 증명서도 있는 물건이야.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렸지만 그건 진짜야. 진짜고말고. 프랑스에서부터 나랑 같이 배를 타고 왔는데. 사업 자금을 마련하느라 잠깐 팔아넘기긴 했지만 곧 다시 사들였어. 궤도에 오르기까지 8년쯤 걸렸을 거야.”
“선생님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별 관심이 없고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난 프랑스 출신이든 크로아티아 출신이든 실컷 봤다고요. 나는 그냥 보석에 대해서만 말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다시 사들인 목걸이가 원래의 그 목걸이인지 누가 알겠어요.”
그러나 우리는 작은 윌쇼의 대답이 음흉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보석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늙은 떠돌이와 석유 묻은 삶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으며, 사실은 그것이야말로 핵심이었다. 비슷한 대화가 서너 차례 오간 후에, 사크르망은 우리를 또다시 노려보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애송이.” 그리고 말했다. “너희 같은 놈들은 내가 작업복을 입고 있을 때면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돈깨나 있는 차림을 하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무엇이든 사 달라고 빌지. 그러지 않는다면야 빛나기만 하는 돌이 그토록 비쌀 이유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부자들에게 구걸하지 않으면 도무지 살아갈 수 없는 부류야. 진짜 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옆에서 주워들은 것으로 신사 흉내를 낸단 말이야.”
“이봐요, 나는 정말로 보석 이야기만 하고 있다니까요. 선생님이 그 목걸이를 얼마를 주고 사셨든 간에, 선생님이 진짜 돈이란 걸 얼마나 만져봤든 간에 그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이겁니다.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에요. 빛나기만 하는 돌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이고, 빛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고, 진짜 돈보다 귀중하기 때문에 아주 많은 돈으로만 사게 되는 것이죠. 광채이자 열망이고 염원이죠.”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보석알은 사크르망의 크고 두꺼우며 얼룩덜룩한 손, 변색된 청동 조각상의 일부분 같은 손에 기대어 있었다. 희미한 숨 같은 빛을 발하며. 그 빛은 차즘 사라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했고, 우리는 그 계차(階差)를 통해 열망의 크기를 들여다보곤 했다. 거기에는 분명 한 인간이 평생토록 가질 만한 탐욕 이상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돌아온 탕아 같은 그 어머니의 기도와 성사를 보았고, 성사라 이름 붙여진 아들의 염원,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 경건성 같은 무엇을 보았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사크르망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작은 윌쇼는 그 점을 지적함으로써 살갗을 가르지조차 않고 심장을 건드리고 있었다. 지친 노새처럼 숨을 쌕쌕거리던 사크르망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나한테는 그게 있었어. 아직도 있고말고…”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는 노인만큼이나 허망했다.
사크르망은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렸다. 우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 있었다. 그러다가 늙거나 젊은 목소리들이 “그럴 것까지는 없었다고” 하는 말을 향해 하나 된 듯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그때쯤에는 작은 윌쇼마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크르망은 비록 허풍이 심할지라도(혹은 잘나가던 시절에 보석상에게 속아 넘어가는 실수를 저질렀을지라도) 선량한 사람이었으며 기계를 잘 고쳤다. 작은 윌쇼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모두가 너무했던 게 틀림없었다. 우리 중 하나가 작은 윌쇼에게 말했다.
“사크르망은 두어 시간쯤 뒤에 자네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걸세. 자네 아버지 댁에서 지내거든. 아무리 그래도 당장 이 시간에 기차표를 끊거나 노숙을 하진 않을 테니까. 기다렸다가 가서 사과해.”
그래서 작은 윌쇼는 두 시간을 꼬박 기다린 후 아버지의 집으로 갔다. 벽난로가 거실에 어두침침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사방에 버번 위스키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 후에야 술잔을 쥔 채 어깨를 푹 수그린 사크르망을 발견했다. 창백한 금발에 흰머리가 절반쯤 섞인 노인의 뒷모습은 재를 뒤집어쓴 늙은 개처럼 초라했다. 아버지를 들여보낸 작은 윌쇼는 그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얹으며 “선생님” 하고 불렀다. 술에 취해서인지, 분노가 벌써 가라앉았는지 사크르망은 고개를 돌려 그를 빤히 응시할 뿐 뭐라 말하지 않았다. 작은 윌쇼는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선생님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제 입장도 생각해 보십시오, 선생님, 이 작은 마을에 그토록 값진 물건이 있는 게 확실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시라는 말입니다. 순진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혼탁해지고 반목이 찾아오지요. 저는 비록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기야 했지만 그 정은 여전하답니다, 선생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가만히 멈춰 있던 사크르망은 고개를 돌려 거실 구석을 바라보았고, 낮게 웃기 시작했다. 이윽고 웃음 사이사이에 “그렇지?” 하는 말이 섞였다. 미약한 웅얼거림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그것은 분명히 질문이었다. 사크르망은 두어 차례 더 물었다. “가품이 아니었단 말이지?”
작은 윌쇼는 측은함 섞인 희망을 느끼며, 거짓말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요, 맞아요. 그건 다이아몬드가 맞습니다. 보석상 경력을 걸고 보증해 드리지요. 아까는 제가 마을 사람들 앞이라서 거짓말을 한 겁니다. 원하신다면 정식으로 감정해 드릴 수도 있어요.”
그러나 뜻밖에도 사크르망은 기뻐하지도 득의양양하지도 않았다. 다만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작은 윌쇼는 무심코 그 방향을 향해 함께 고개를 돌렸다. 벽난로가 거기에 있었다. 그는 조용히 넘실거리는 불꽃을, 이 거실 전체를 밝히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염원이 바로 거기에서 불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불꽃마저 꺼졌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구원인지 패배인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