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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도 눈치채지 못했지? 정말 모양이 똑같은 목걸이였거든.”
그러고 나서 루아젤 부인은 자랑스러움과 순진함이 묻어나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연민이 솟구친 나머지 친구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오! 이를 어째! 마틸드! 내 것은 모조품이었어. 고작 500프랑짜리였다니까!”
*
포레스티에 부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잡았던 루아젤 부인의 손을 떨치고는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루아젤 부인은 포레스티에 부인의 이야기를 이미 다 들은 참이었다.
“잔, 네가 한 말이 진짜니? 그게 고작 500프랑짜리였다고?”
포레스티에 부인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니, 마틸드.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니? 내가 지금 너무 놀라서…….”
“무슨 소리야. 놀란 건 바로 나라고. 내가 그 목걸이 때문에 10년을…….”
루아젤 부인은 그 자리에 텁석 주저앉아버렸다. 자그마치 10년이었다. 고리 이자, 누적 이자까지 전부 청산하는 동안 억세고 투박하고 거친 여자, 가난한 가정주부가 되었다. 목걸이를 잃어버린 자기 때문에 남편도 밤낮을 쉬지 않고 일했다. 또래들보다 열 살은 더 늙어 보이는 남편의 형편없는 얼굴을 볼 때마다 여자는 얄궂은 인생을 탓했다. 단 하룻밤의 환희를 위해 치르는 고통이 이렇게 끔찍하고 괴로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회한에 차 있을 때가 아니었다. 허무에 절어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었다. 목걸이. 목걸이! 루아젤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목걸이를 되찾아야 했다. 루아젤 부인은 벌떡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느새 저 멀리 체통 없이 뒤뚱거리며 오던 길을 되돌아 뛰어가는 포레스티에 부인이 보였다. 루아젤 부인도 포레스티에 부인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상제리제 거리의 두 부인이 흙먼지를 내며 뛰었지만 포레스티에 부인은 금세 루아젤 부인에게 잡히고 말았다. 함께 산책을 나왔던 포레스티에 부인의 아이가 제 엄마 손에 끌려 억지로 뛰어가다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루이젤 부인이 아이가 안 듣게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속삭였다.
“아이에게 창피당할 일 만들지 말고 조용히 가자. 잔, 난 내 목걸이를 찾아야겠어. 물론 너의 원래 목걸이값인 500프랑은 기꺼이 지불해주도록 하지. 아니, 천 프랑으로 하자. 그때 너를 속인 미안함의 표시니 기꺼이 받아주렴.”
다행히 10년 전 그 목걸이를 팔았던 팔레루아얄의 한 보석상은 그대로 있었다. 루아젤 부인에게 4만 프랑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았던 보석상 주인도 숱은 조금 줄어든 것 외에는 뚱뚱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눈, 풍성한 콧수염까지 10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보석상은 놀랍게도 루아젤 부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흘만 이 목걸이를 팔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했던 분들 아니십니까. 기억하지요. 친구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면서 몰래 새로 사야 한다고. 만약 잃어버린 목걸이를 되찾게 되면 다시 사달라 하지 않았소. 그때 가격이, 가만 있어 보자, 10년 전이니…….”
“4만 프랑이요.”
루아젤 부인이 대답했다.
“제 기억으로는 4천 프랑을 깎아드린 것 같습니다만.”
부부는 정확한 금액을 기억하는 보석상 주인의 기억력에 놀랐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남편이 나서서 물었다.
“요즘 시세는 어떻소? 다이아몬드 가격이 그때보다 올랐오? 내렸오?”
“그야…….”
보석상 주인이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인은 초조해 보였으나 남편은 얼굴이 벌겋게 열이 올라 있었다. 한껏 들뜨고 신난 사람처럼 보였다. 저 얼굴과 표정을 보석상 주인은 알고 있었다. 땀으로 얻은 돈, 노력과 시간으로 번 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을 수 없는 표정. 횡재를 했거나, 도둑질을 했거나, 그도 아니면 우연과 우연이 겹쳐 행운을 만나기 직전의 표정. 문득 보석상은 이들을 골려먹고 싶었다. 저들의 운명을 바꿔보고 싶었다.
“신문도 안 보고 사십니까. 3년 전부터 아프리카 광산 산업이 발전하면서 수입 보석이 대량 들여오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말도 마세요. 요즘은 그게 제일 흔한 보석입니다. 동네 귀부인들 중에 다이아몬드 하나 걸치지 않은 숙녀분들이 없어요.”
보석상 주인이 루아젤 부인을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었다. 실반지 하나 끼고 있는 게 없었다. 보석상 주인의 이야기가 금시초문이었지만 어쩐지 루아젤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이며 발끝만 내려다봤다.
“아, 그래서 용건은 무엇이십니까? 설마 그 목걸이를 되팔려 하시는 겁니까? 친구에게 돌려준 거 아니었습니까?”
부부는 다시 한번 놀랐다. 보석상 주인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간의 상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부부 외에도 알게 된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 반가웠을까. 이제 그 고생이 끝이라는 감격에 겨워서였을까. 루아젤 부인은 그 10년간의 고생에 대해서, 어제 친구를 만나 다이아몬드 진위에 대해 알게 된 사정을 사심 없이 다 털어놓았다. 그 사연을 다 들은 보석상은 좀 전 자신의 악의 없는 거짓말이 조금 미안해졌다.
“목걸이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물건 좀 볼까요?”
부부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속닥거리더니 남편의 품에서 검은색 새틴 상자를 써냈다. 상자를 열자 여전히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일단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보석상 주인이 목걸이를 들고 감정실로 들어갔다. 그사이 보석을 보러 들어온 귀부인 둘이 루아젤 부부를 힐끔거리며 보석들을 구경했다. 위풍당당하던 부부는 어쩐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루아젤 부인이 남편에게 속삭였다.
“그래도, 3만 프랑은 받겠죠? 아니, 2만5천 프랑이라도.”
“무슨 소리. 부인, 원래 가격이 4만 프랑짜리 목걸이었습니다.”
“시세가 떨어졌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떨어져도 그렇지, 반이나 떨어졌을 리 없어요.”
“그럴까요?”
그때 검은색 휘장을 걷어내며 보석상이 감정실에서 나왔다. 루아젤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10년간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직전의 순간이었다. 보석상 주인이 손에 들고 있던 목걸이를 다시 새틴 상자에 넣었다.
“어제 친구네 집에서 받아온 목걸이가 맞습니까?”
“네, 그 사실을 알자마자 곧바로 따라가 그 길로 받아온 목걸이예요. 왜 그러시죠?”
“진짜가 아닙니다.”
“제가 잔의 보석 서랍에서 꺼내는 것도 직접 봤는데요?”
“여하튼 이건 제가 판 목걸이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루아젤 부인은 투박한 손으로 벌써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어찌 된 사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진품은 아닙니다.”
“이게 가짜면 안 되는데. 다시 한 번만 봐주실 수 있을까요?”
이 부부의 사정은 더없이 딱했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붙들려 있을 수 없던 보석상 주인은 매정하게 대꾸했다.
“더 볼 일 없으시면 이만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아까부터 저를 기다리는 다른 손님이 계셔서요.”
그때 뒤에서 인기척을 내는 귀부인들이 루아젤 부부를 슬쩍 밀치고 보석상 주인 앞으로 다가섰다. 보석상을 나가기 전에 남편이 물었다.
“만약 진품이라면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못해도 6만 프랑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아까는 시세가? 아프리카 광산 이야기는 뭐요, 그럼?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고 사시오. 그러다가 진짜 목걸이를 손에 쥐고도 한 푼도 못 벌겠오. 가서 진짜 목걸이나 찾아보시오. 값은 제대로 잘 쳐 드리겠습니다.”
루아젤 부부가 갈 곳은 포레스티에 부인의 집밖에 없었다. 뜻밖에 포레스티에 부부의 집은 마치 초상집 같았다. 10년 동안 4만 프랑짜리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인 줄도 모르고 살았으면서 그 목걸이를 억울하게 뺏긴 사람들처럼, 마치 4만프랑을 도둑맞은 사람들처럼 루아젤 부부를 대했다. 루아젤 부부는 루아젤 부부대로 억울했다. 그 목걸이를 가지고 오면서 호기롭게 천 프랑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이었고, 진짜 목걸이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포레스티에 부부는 루아젤 부부에게 차 한잔 내놓지 않았지만 루아젤 부부는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가짜라고요? 아니, 왜요?”
“그건 제가 물어보고 싶군요, 포레스티에 부인.”
“당신, 그 목걸이를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적이 있소?”
포레스티에 부인의 얼굴이 점점 더 흙빛으로 변해갔다.
“그야, 많죠.” 포레스티에 부인 외에 남은 세 명이 동시에 탄식을 외쳤다.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기억해?”
“마틸드, 내가 너에게 빌려줄 때 장부 같은 거라도 썼어? 그냥 빌려주지 않았니? 마찬가지야. 다른 이들에게도 다 그렇게 빌려주고, 그렇게 받았어. 10년이야. 10년 동안 그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사람이 열 명도 더 될걸?” “그럼 그 열 명이라도 다 떠올려봐.”
“떠올리면? 일일이 다 찾아가?”
“찾아가야지!” “찾아가야지.”
“찾아가야 합니다. 6만 프랑이에요.”
루아젤이 불쑥 꺼낸 말에 포레스티에 부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사이 시세가 올랐다고 합니다.”
포레스티에 부부가 한 번 더 탄식을 했다.
“그러니 찾아야 해. 기억을 해봐, 마틸드.”
종이와 펜을 찾아온 포레스티에 부인이 이름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차와 비스킷이 나왔고, 남자들은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루세 양, 폴랑비 부인, 루아조 부인, 코르뉘데 부인의 딸, 뒤비에르 씨 조카…… 한참 이름을 적어가던 포레스티에 부인이 문득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게 다니 마틸드?”
포레스티에 부인은 루아젤 부인을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
“잔, 그런데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뭐라고?” “내가 널 왜 도와줘야 하냐고.”
“그거야…….”
창가에 있던 남자들이 각자의 부인 뒤로 다가왔다. 부부는 서로 팀을 나누어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좀 전의 평화와 연대의 기운은 애초에 없었던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눈빛을 세웠다.
“부인.”
루아젤이 나섰다.
“부인이 도와주신다면, 목걸이값의 일부를 나누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여하튼 부인의 목걸이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니까요.”
“얼마나 나누실 건가요?”
협탁에 펜을 놓은 포레스티에 부인은 아예 팔짱까지 끼고 루아젤 부부를 응시했다. 루아젤 부인은 남편을 올려다보며 왜 자기와 상의 없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남편은 부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5천 프랑을 드리겠습니다. 5천 프랑이면 내무부 사무직원 연봉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2만 프랑.”
“만 프랑.”
“여보!”
루아젤 부인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그동안 고생한 10년을 생각해봐요. 우리가 얼마나 사람 구실을 못하고, 사람대접을 못 받고 살았는지. 내 꼴을 봐요. 당신 행색을 보라고요. 난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나도 이제는 차려주는 식사를 받고, 고운 색깔의 옷을 입고, 부드러운 신발을 신으면서 살고 싶다고요!”
“그러기 위해서 이 방법밖에는 없어요.”
“어떡하실래요? 루아젤 씨?”
포레스티에 씨가 물었다. 어서 확답을 하라는 뜻이었다.
“만 프랑. 더 이상은 안 됩니다.”
포레스티에 부부가 속닥이더니, 좋다고 응했다. 포레스티에 부인이 다시 이름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랑탱 부인, 클라리스 아가씨, 베르뮈티에 부인…… 루아젤 부인은 포레스티에 부인의 물욕이 진절머리가 났다. 가짜 목걸이 하나로 가만히 앉아서 1만 프랑을 벌겠다는 심보 아닌가. 그래도 포레스티에 부인이 아니면 단 1프랑도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포레스티에 부인이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펜을 내려놓았다. 네 사람은 그 명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사실 네 사람 모두 막막했다. 루아젤 부인처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모조품으로 되돌려준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양심 없는 행동을 자백할 사람이 있을까. 고백해도 잃어버린 목걸이이니 이미 행방은 알 수가 없다. 혹, 진짜라는 걸 알고 빼돌린 사람이 있다면 더더군다나 자신을 밝히지 않을 테고. 또 하나는 포레스티에 부인이 쓴 이들 말고도 기억 못 하는 다른 이들도 있다니 사실 답이 없는 일이긴 했다. 암담한 일이었다.
협탁 위에 올려진 차는 어느새 차갑게 식었고, 창밖으로 주황색 노을이 짙어져 갔다. 종이에 적힌 이름의 잉크는 어느새 다 말랐지만 네 사람 모두 입을 꾹 다문 채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루이젤 부인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6만 프랑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요?”
네 사람 모두 자기의 빈 목덜미를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