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0월 시·소설·평론·번역(스페인어역) 본심 진행
- 9~10월 시·소설·평론·번역(스페인어역) 본심 진행
올해로 32회를 맞은 대산문학상의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들이 정해졌다.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부문에서 매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정, 시상해 온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문학상이다.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소설 부문은 예심과 본심의 양심제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본심작 선정을 위한 예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개월간 진행되었으며 시 부문 10작품, 소설 부문 7작품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다(오른쪽 참조). 예심위원으로 시 부문에 안현미, 이수명, 장철환, 소설 부문에 강동호, 김미정, 전성태, 정한아 작가 등이 참여하여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였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예심 대상작 목록에 방대한 수의 시집이 오른 것에 대해 수많은 시인과 출판사들이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 기울였을 진심과 전력을 생각해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심사 소회를 밝혔다. 시인들이 보여준 전심전력의 시적 투쟁이 일으킨 파동이 놀라웠고 시인의 개성과 고유성이 그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과 만나는 장면들을 마주하는 감동적인 공명의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는 심사평을 나눈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쳐 최종 10건의 본심 대상작을 선정하였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이번 심사에서 SF적 상상력으로 그려진 작품들의 약진이 주목할 만한 경향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페미니즘의 시간을 통과한 흔적이 각 작품의 주제와 고민의 밀도를 깊이 하고 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대산문학상의 심사기준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열띤 논의 끝에 최고의 성과를 이룬 작품 7건을 본심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는 본심은 단심제로 운영되는 평론·번역 부문을 포함해 9월부터 두 달간 진행되며 11월 초에 수상작을 발표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말에 개최될 예정이다.
시 부문 - 심사평 |
2024년도 제32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예심은 3차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이는 지난 1년 동안 발간된 시집의 방대함 때문이다. 23년 7월부터 24년 6월 초까지 발간된 2,895권의 시집 목록에, 24년 6월과 7월에 발간된 319편의 시집을 더하면, 지난 1년 동안 자그마치 3,214권의 시집이 출간되었고 이것이 그대로 예심 대상작인 셈이다. 심사 대상 시집의 방대함도 방대함이지만, 그 수많은 시인과 출판사들이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 기울였을 진심과 전력을 생각하면, ‘가장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심사위원으로서의 책임감은 더욱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심사는 차분히 그리고 공정히 진행되었다. 1차 회의에서 심사 방법에 관한 협의 후 총 21권의 시집을 추렸고, 2차 회의에서는 토론과 협의를 통해 다수가 추천한 시집을 1순위로 9권의 본심 대상작을 선정했다. 추가된 319권의 시집 목록에서는 5권의 시집을 추린 뒤, 3차 회의에서 2권의 시집으로 압축하였다. 이미 선정된 9권의 시집과 합하여 최종 10권을 본심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다소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큰 어려움 없이 마음을 맞출 수 있었다. 1차와 2차 목록 사이에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외하면, 심사는 전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사가 이렇게 순조로울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시인들이 보여준 전심전력의 시적 투쟁이 일으킨 파동 때문이다. 한 권의 시집이, 아니 한 편의 시가 누적된 시간의 계보와 확장된 세계의 지형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이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시인의 개성과 고유성이 그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과 만나는 장면들이 감탄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깊이와 넓이,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적 사유가 깊어질수록 세계는 확장되고, 세계로 확장될수록 시적 사유는 깊어진다고 할까?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까닭은 백척간두의 위태 속에서 감행한 전심전력의 시적 갱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산문학상 예심이 있는 자리는 바로 여기, 그러니까 그 진심의 자기 갱신이 획득한 언어의 한가운데일 것이다. 각기 다른 색과 리듬의 언어가 한자리에 모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그것은 각축이 아니라 반향이고 응원이다. 이런 감동적인 공명의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본심에 추천된 10권의 시집 가운데 무엇이 호명되든, 모든 시와 시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영원하시라.
- 안현미 이수명 장철환
소설 부문 - 심사평 |
제32회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예심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1차로 25편의 작품을 선하고 두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독회하면서 후보작을 좁혔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경향은 SF적 상상력으로 그려진 작품들의 약진이었다. 기왕에 SF적 상상력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의 활약은 물론 다수의 작가가 이 양식을 너르게 활용하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이런 두터워진 성과에 따라 그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할 수 있는 변별력이랄까, 작품에 대한 안목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경험도 했다. 또한 페미니즘의 시간을 통과한 흔적이, 각 작품의 주제와 고민의 밀도를 깊이 하고 있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은 공감했다. 한편으로 문자언어로서 소설만이 기능하고 존재할 수 있는 고유한 영토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응하거나 예증하는 글쓰기 역시 한편에서 치열하게 수행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산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어의 외부와 소통하는 것에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면서도 동시에 한국문학의 개성적 목소리를 선별한다는 심사기준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개별 작가가 기존에 이룬 성과를 점검하면서 얼마나 갱신하고 심화했는지 의견을 나누다 보니 심사는 매번 열띠게 진행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심사위원들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작품 7편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김초엽의 『파견자들』,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 배수아의 『속삭임 우묵한 정원』,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 이주혜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임솔아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최유안의 『새벽의 그림자』이다. 주제의 다양성과 형식의 완미함은 물론 개성적인 목소리에서도 이들 작품이 지난 한 해 우리 장편소설이 이룬 최고의 성과라고 심사위원들은 자부한다.
- 강동호 김미정 전성태 정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