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소설’이라는 장르 명칭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정착 단계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 형체가 점차 전면화되고 있다. 문학 장르는 독자와 창작자의 시대적 변화 요구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는 상동성을 지닌다. ‘중간소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재래적 소설과 변별되는, 그러나 완전히 새롭지만은 않은, ‘오래된 새로움’의 절충 양식이 우리 시대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오래된’ 것은 무엇이고 ‘새로움’은 무엇인가?
문학 장르는 창작 방법과 형식을 비롯하여 내용, 구성, 기법, 수용자, 분량, 매체 등의 복합적 유형에 따라 분류된다. ‘중간소설’의 경우는 이 모든 범주에서 특히 소설 양식의 재래적인 ‘오래된’ 것과 혁신적인 ‘새로움’의 절충으로 파악된다. 작가의 상상력 또는 사실에 기반하여 창작한 서사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이미 그 내용, 성격, 구성의 이질적 새로움이 무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간소설’의 거점은 순수와 통속, 현실과 환상, 공식과 비공식, 역사와 비역사, 인과론적 합리와 비합리, 종이책과 디지털, 고급과 저급 등의 중간 혹은 경계로 가늠된다. 물론 여기에서 중간 혹은 경계를 계량적인 층위에서 분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는 본래 수치적으로 계량화하여 나누기 어렵다. 특히 유기적인 생물체에 가까운 예술 양식에서 ‘중간’은 본래 없다고 할 것이다. 작가의 관점, 시류, 정황 등에 따라 역동하는 ‘기우뚱한 균형’이 있을 따름이리라. 그래서 ‘중간소설’의 개념·성격·지향은 ‘기우뚱한 균형’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열린 논의가 요구된다. 이번 호에서 ‘중간소설’에 대해 여러 필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러한 문맥에서 매우 의미 있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