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윤동주, 「자화상」

  • 광화문글판
  • 2024년 가을호 (통권 93호)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윤동주, 「자화상」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광화문글판 선정회의 : 1991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광화문글판 가을편 문안이 선정되었다. 7명의 선정위원(곽효환 시인, 김행숙 시인, 요조 수필가, 이승우 소설가, 장재선 문화일보 부국장, 이정화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장진모 교보생명 전무)이 접수된 문안(총 381편)을 대상으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하였고 이후 교보생명 브랜드통신원의 선호도 조사와 내부 논의를 종합하여 윤동주의 시 「자화상」를 최종 문안으로 선정하였다. 이번 문안은 암울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고단한 현실에 지친 시민들에게 삶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화문글판 가을편은 9월 2일부터 광화문과 강남 교보타워 등 전국 7개 사옥에서 볼 수 있다.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