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시인탁구대회 준결승전 모습이다. 평소 시인 몇이 함께 운동하던 곳이기도 한 명지탁구장으로 응원차 갔다. 탁구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은 때라, 나는 경기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경기를 신청한 여성 시인 한 명이 끝내 오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내게 집요하게 대타를 권했지만 거절했는데, 누군가가 귓속말로 공광규 시인과 경기를 한번 해 보고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이날따라 몸이 가벼워 쉽게 그를 이겼다. 마침내 경기에 임해 나는 이석균 시인과 혼합 복식조가 되었는데, 꽤 수준급인 분이어서 경기가 잘 풀렸다. 짝을 믿고 용기 내 스매싱까지 해 보았다. 땀범벅으로 투혼하다 보니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혼합복식에서 준우승한 것이다. 얼떨떨… 기뻐서 상금으로 짜장면을 사고, 상패는 안방에 잘 모셔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