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① 인류는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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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봄호 (통권 95호)
① 인류는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2022년 8월 8일 저녁 9시경, 서울 남부 지역에는 시간당 140mm(14cm에 해당)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는데, 마치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듯했다. 이 비는 다음 날인 8월 9일까지 이어져 서울에 총 500mm에 이르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서울의 연간 강수량이 1,450mm 정도임을 감안하면, 일 년 동안 내릴 비의 1/3이 이틀 만에 쏟아진 셈이다. 이 같은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큰 물난리가 났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이 기후학자인 나에게 “이런 홍수가 서울에서는 처음이고, 이번에 발생했으니 한동안은 다시 발생하지 않겠지?”라며 자기 위안을 삼고 싶은 듯 질문을 던진다.

기후학자로서 단언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내년이나 그 후년에 이번보다 더 큰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홍수가 아니라면,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집중호우

사람들은 과거에 발생했던 극한 기상현상을 쉽게 잊어버리는 듯하다. 2011년 9월에 발생한 우면산 사태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당시 서울에서는 우면산이 무너졌고, 경기도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했다. 2010년 7월에는 한강이 넘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한동안 통제되기도 했다. 호우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장해 보면, 거의 매년 혹은 한 해 걸러 홍수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최악의 홍수는 2020년 8월에 발생했는데, 우리나라 중·남부 지역에서 큰 피해를 냈으며, 특히 섬진강이 넘쳐 하류 지역 상당수가 물에 잠겼다.

물론 극한 기상현상이 집중호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참기 어려운 폭염, 가뭄, 한파, 폭설도 포함된다. 작년 7월 11일에는 군산에서 관측 사상 최고인 시간당 145mm의 강수량이 기록되었고, 11월에는 수도권에 역사상 가장 많은 이른 눈이 내렸다. 올겨울에도 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극한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나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여름철 집중호우를 예로 들어 최근 들어 얼마나 빈번해졌는지 정량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은 전국 61개 관측소에서 지난 45년간(1979~2024년) 확장된 여름 동안(5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집중호우 횟수를 나타낸다. 같은 날에 여러 관측소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이를 모두 합산했기 때문에, 발생 일수와 영향 면적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시간당 30~60mm의 집중호우는 매년 1994년까지는 평균 64.5회 발생했으나, 이후에는 85.7회로 증가했다. 시간당 60~80mm의 집중호우는 변화가 더 커서, 1994년 이전에는 평균 2.8회 발생했던 반면, 이후에는 4.9회로 늘어났다. 시간당 80mm 이상의 집중호우는 1994년까지는 연간 2회를 넘긴 적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심하게 증가해서 1998년에 6회, 2010년과 2022년에 각각 4회가 발생했다. 집중호우의 세 가지 강도 모두 최근 들어 33~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에서 집중호우 발생이 연도별로 크게 변동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자. 시간당 30~60mm의 집중호우를 예로 들면, 1994년까지는 매년 33~92회 정도 발생했지만, 이후에는 20-143회로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다른 강도의 집중호우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극한 기상현상이 연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일치한다. 2018년에는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2019년에는 가장 많은 수의 태풍이 영향을 끼쳤고, 2020년에는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더욱이 2024년에는 또 다른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났고, 초가을까지 상당한 강도의 집중호우가 지속되었다.

 

지난 45년간 여름(5월부터 9월까지) 동안 발생한 집중호우 횟수

 

최근 100년간 한국에서의 계절별 온난화 특성

온난화는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기후 위기를 논할 때면 항상 지구 온난화가 주요 요인으로 등장한다.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는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후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약 1℃ 상승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1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작 1℃ 상승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하루 동안의 기온 차이는 10℃를 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 기온 차이는 20℃가 넘는다.

앞서 집중호우 횟수의 장기 변화를 살펴본 것처럼, 이번에는 기온의 연도별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2)는 서울, 추풍령, 부산에서 관측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평균 기온 변화를 나타낸다. 세 지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여름과 겨울의 기온이 계단식으로 상승하고, 봄과 가을의 기온은 선형적으로 뚜렷하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상승을 비교해 보면, 서울과 부산에서 여름 기온은 약 1℃ 상승했지만, 겨울 기온은 이보다 훨씬 커서 3℃ 상승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언젠가부터 한강이 얼지 않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서울의 겨울철 기온은 1950년경과 1980년경 두 차례에 걸쳐 계단식 상승을 보였다. 특히, 1950년 이전의 가장 높았던 기온이 1980년 이후의 평균 기온과 비슷해진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온난화 이전의 극한 기온이 온난화 이후에는 거의 매년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산화탄소 증가가 온난화의 원인인가?

온난화와 극한 기상현상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온난화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사람이 산업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한 것이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알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온난화가 발생하기까지의 과학적 과정에는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이 숨겨져 있다. 이를 살펴보자.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CO2를 포함한 온실기체가 지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CO2가 많아지면 기온이 낮아져야 한다고 하면 모두가 놀란다. 실제로 대류권 상층에 위치한 성층권(약 15~50km 고도)에서는 기온이 크게 낮아졌다.

지구 대기는 태양으로부터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기온을 높이고, 동시에 지구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 기온을 낮춘다. 온실기체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흡수하지만, 동시에 이를 우주로 방출하는 역할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흡수하는 양보다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지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지구는 태양의 지속적인 가열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실기체가 지구 복사에너지를 방출할 때, 우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인 지면으로도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지면은 태양 복사에너지뿐만 아니라, 대기 중 온실기체가 방출하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추가로 흡수해서 기온이 더욱 높아진다. 이 과정이 바로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온실효과이다.

지면에서도 대기와 마찬가지로 지구 복사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그 양은 대기 중 온실기체가 방출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대기는 지면에서 방출된 지구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기온을 높이는데, 특히 지면에 가까울수록 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정리하자면, 대기는 온실기체에 의한 복사 냉각과 지면에서의 복사 가열 효과를 동시에 받는다. 고도 15km 이하의 대류권에서는 지면 복사 가열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CO2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상승한다. 반면, 성층권에서는 지면 복사 가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어, CO2 증가로 인해 복사냉각 효과가 더 커지고 기온이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CO2 증가에 의한 온난화는 지면이라는 매개체의 도움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 그런데 지면의 형태가 지역과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온난화의 양상도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만약 온난화가 CO2 증가만으로 일어난다면, 온난화 연구하기가 훨씬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지면의 복잡한 역할과 지역적 특성 때문에, 온난화 연구는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를 부르는 온난화

계절마다 기온 차가 큰 이유는 우리나라 주변의 대기 순환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지만, 겨울에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온난화가 아무리 심해져도 이런 계절에 따른 기압계 배치가 정반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 기단이 빨리 확장하거나 수축하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5월부터 후덥지근한 여름 더위가 찾아오고, 9월과 10월이 되어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평양 먼바다까지 수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는 여름 더위가 가을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다. 요즘 추석 무렵에 태풍이 자주 우리나라에 접근하거나 상륙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가? 겨울에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상당하다.

그런데 어떤 해에는 두 고기압의 움직임이 과거 평균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5월 중순에 우리나라까지 확장했는데, 올해는 6월 말이 되어서야 확장할 수도 있다. 즉, 작년과 올해 여름 기온이 크게 다르고, 장마 등 여름 강수 패턴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여름을 준비하는 데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사람이 잘 보살피거나 생육 시기를 조절해서 가축이나 농작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이상기상에 의해 사람이 조절할 수 없는 야생 생태계의 피해까지 막을 수는 없다. 야생 생태계가 무너지면 우리 생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온난화에 따른 집중호우의 증가는 대기 중 수증기량의 증가에 기인한다. 기온이 1℃ 높아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7% 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 대기 평균적으로 7%가 많아지는 것이므로,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는 수증기가 수십 배까지 많아질 수 있다. 대기에 수증기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증가하면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느 지역에 비가 많아지면 총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들 수도 있다.

 

앞으로 더 심해질 기후 위기에 대비해서

앞으로 인류가 힘을 모아 CO2 배출량을 줄이면 기온과 기후가 원래대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기대만큼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기온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백 년 이상 높아지던 기온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CO2 배출을 0으로 줄인다고 해도, 현재 대기 중에 분포하고 있는 CO2는 수십 년이 지나야 지면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동안 온난화는 지속될 것이며,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매우 이상한 극한 기상현상을 자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매년, 혹은 수개월에 한 번씩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경험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 세대가 겪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CO2 배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금 줄이면 다음 세대 혹은 그다음 세대에서는 온난화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극한 기상 재해에 대비해 사회기반시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고, 농·축산업뿐만 아니라 야생 생태계 보호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변화하는 기상 및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허창회
기후학자,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 1964년생
저서 『그대로 멈춰라, 지구 온난화』 『지구를 뒤흔드는 바람개비 태풍』 『찌푸린 지구의 얼굴 지구 온난화』 『날씨를 바꾸는 요술쟁이 바람』 『지구의 마법사 공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