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은 묻는다. “인간 없는 지구가 되었을 때 지구 시스템은 안도의 한숨 대신 조금이라도 인간을 그리워할까?”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이다. 인간이 없어야 지구는 다시 초록별의 젊음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런 와이즈먼도 주목했던 우리나라 비무장지대가 보여주는 ‘인간 없는 50년’의 감동은 그 한 증거이다. 인간의 역사가 만든 이념·지배·갈등·빈부 등으로부터 멀어지자 온갖 들꽃은 물론 고라니·산양·반달가슴곰 등이 뛰어노는 에덴의 땅이 복원되고 있었다.
인간은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연을 지배하고 훼손하고 인공화하는 것을 문명적 진보라고 주장하며 질주해 왔으나 인간 삶은 물론 전 지구적 생명 파괴의 치명적 위기를 초래시켜 왔다. 지구의 체온과 맥박이 ‘6차 대멸종’의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기후 온난화는 기상 변화, 식량 부족, 팬데믹, 생태계 파괴, 빈번한 전쟁 등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근대 산업문명의 ‘거대한 가속’에 대한 비판과 ‘담대한 전환’의 실천은 ‘거대한 머뭇거림’에 그치고 있다. ‘사물들의 우주’에 대한 재발견은 물론, 인간 예외주의를 벗어난 다종 간(multi-species) 교류와 함께 되기(becoming-with)의 상상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것은 우리 문화 예술이 가장 친숙하게 살고 꿈꾸고 노래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어느 때보다 나무와 호수에 인권을 부여하고, ‘사물들의 의회’를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인간 없는 지구를 막는 일이며 지구 시스템이 인간에 대한 그리움마저 영영 잃어버리는 상황을 막는 일이다. 특집 <기후 위기와 예술적 상상력>의 기획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안팎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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