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별
고슴도치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슴도치가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도치별로 간다고 믿는다
똥 예쁘게 쌌네
아들이 도치에게 건네는 인사도 없는
비어 있는 아침
몸이 작다고 숨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
고슴도치는 공격을 모른다
몸을 웅크리고 방어만 할 뿐
우리 품 안에서는 가시를 세우지 않았다
울음소리를 내지 않지만
가끔 잠꼬대처럼 끙끙 소리를 내면
오냐 오냐 대꾸를 해주었다
발톱이 얼마나 자랐나
작은 발
더 작은 발가락을 만져주기도 했다
지구와 도치별은 가느다란 빛의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가늘고 작은 발로
도치별의 어느 구석을 파고들고 있을 것이다
아들은 심장이 아프고 나면
식물들이 예뻐 보인다고 했다
접속, 도치별
거기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해
난 본다기보다는 가족들과 완전히 하나가 된 느낌이야
따로가 아니라 함께라는 느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
동그랗게 안는 것 같이 두 손을 모으면
나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지금 잘 있어?
난 덕분에 잘 왔어
잘 올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온도와 습도가 적절한 곳에서 편안하고 행복해
다시 만나면 우리와 하고 싶은 거 있어?
다시 만나면 같이 앉아서 밥을 먹고 싶어
가족으로 함께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엄청 행복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우와 생각만 해도 신난다! 꼭 그러자!
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