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기’팀의 5인은 손경목 평론가(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앞줄 왼쪽부터) 주인석 소설가, 진정석 평론가, 필자, 정윤수 문화평론가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가고파’팀의 주장이었다. |
오래 전, 문인 축구단 ‘소나기’팀과 영화인 축구단 ‘가고파’팀이 격주로 정기전을 했었다. ‘소나기’라는 축구단 명칭은 황순원의 유명 단편소설의 제목과는 무관하게, 적의 골문에 소나기 슛을 퍼붓자는 유치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고, 또 ‘가고파’는 언필칭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을 바라는 표현이라 했지만, 팀원들이 자주 모이던 동네 슈퍼 이름에서 나온 것이었다.
1995년 11월 19일 일요일엔 비가 많이 내려 운동장에 나온 사람이 평소보다 적었다. 가을비 속에서 운동장을 끝까지 지킨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이 두 팀의 족적을 기록한 유일한 사진이 되었다.
‘소나기’팀에서는 두 사람이 고인이 되었다. 사진에는 없는 이성욱 평론가(그는 기교파 드리블러였다)와 3년 전 세상을 떠난 주인석 소설가(부동의 스트라이커이자 이단 점프를 뛰던 골키퍼였다)다. 이들과 함께 동대문운동장 용품점에 가서 호랑이 무늬 유니폼을 골랐고, 운동장 스탠드에서 실업팀 경기를 보며 축구 포메이션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만화에나 나올 법한 트리플 트라이앵글 시스템이었다. 떠오르는 기억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들,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라, 나도 머지않아 합류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