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석제, 윤동주 시 「쉽게 씌워진 시」를 담아 |
쉽게 씨워진 詩시
窓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
詩人시인이란 슬픈 天命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詩시를 적어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학비봉투를 받어
大學대학 노ー트를 끼고
늙은 敎授교수의 講義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침전하는 것일가?
人生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
窓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위안으로 잡는 最初최초의 握手악수.
1942. 6. 3.
쉽게 쓰인 소설
새로운 한 해가 막 시작되고 나서 이생(李生)은 태어나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SUV를 소유, 운전하게 되었다. 몇 달 전 장거리 출장 중에 직장 동료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는데 운전석 위치가 높아 운전하기 쉽게 느껴졌고 묵직한 차체 또한 듬직하게 여겨졌던 터였다. 그로부터 택시든 승용차든 SUV를 탈 때마다 이것저것 자세히 살피고 묻게 되었다. 그 결과 7년을 타온 세단을 팔고 새 차를 살 때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SUV를 맨 먼저 고려하게 되었다. 다만 그가 원하는 차종이 인기가 폭발 중이어서 차를 인수하기까지 5, 6개월은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그가 타왔던 차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큰 중대형 SUV를 점찍은 것은,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레저용으로도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생에게 차를 판매한 자동차 매장 영업사원은 “사장님, 연휴에 고향 가시거나 혹시 술 드시고 대리운전할 때 차 키를 내줄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멋진 새 차가 접촉 사고라도 나면 나중에 타실 때마다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실 거예요. 디자인도 아주 혁신적인 거라서 외국에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이거 아는 사람들은 최소 십 년을 타고나서 같은 차종으로 갈아탑니다”라고 말했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그는 자신의 차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했다 싶게 마음에 들었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임에도 도로는 불어난 차들로 복잡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USB에 옮겨 담아 들으면서 앉아 있던 그의 눈에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도로에서 자신의 차 옆으로 파고들고 있는 화물 트럭이 보였다. 반짝거리는 그의 새 차와는 대조적으로 트럭은 후줄근하다 싶도록 낡았고, 여기저기 녹이 흘러내린 흔적이 있었다. 트럭 화물칸에는 연락처와 함께 ‘화물 설비 설치 철거 수거 전문’이라는 글씨가 적힌 표지가 터무니없이 크게 달려 있기도 했다. 외양이나 표지대로라면 트럭은 안 해본 일이 없는 ‘역전의 용사’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 트럭이 그의 SUV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끼어들고 있다는 데 있었다. 1분에 20센티미터 정도의 속도로, 쉼 없이 끈덕지게 악착같이.
이생은 트럭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가볍게 경적을 울렸고, 차창을 열고 큰 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알릴지 고민했다. “뭐가 바쁜 일이 있는지 몰라도 그렇게 끼어들어 와 봤자 도로 전체가 주차장인데, 안 보이세요?” 하고 외칠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라면 내 차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들이민다고 끼워줄 것 같은가”라고 하든가.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는 것이었다. 한 번은 길게, 두 번은 짧게, 또 길게 한 번. 그 정도라면 트럭 운전자가 자기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어 앞차와의 간격을 조금 더 좁히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얹고 약간의 힘을 주었다. 하이브리드 SUV의 전기모터는 별다른 소음도 없이 거의 ‘스르르르륵’ 하는 느낌으로 움직여 앞차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생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트럭은 이생이 울린 경적을 ‘일이 많아 바쁘신 모양인데 편하게 먼저 가시오’라는 뜻으로 알았는지 좀 더 속도를 올려 갓길을 파고들어 왔다. 트럭과의 충돌 혹은 접촉을 피하려면 이생이 앉은 운전석 쪽에 서 있는 다른 차를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공교롭게 그의 왼쪽에 있는 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였다. 더구나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기까지 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그의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이 트럭 왜 이래요? 여기서 들어올 데가 어디 있다고!”
트럭이 점유하고 있는 갓길이 끝나가고 있었다. SUV와 비슷한 높이의 트럭은 하늘로 솟거나 도로 바깥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는 한 그의 차와 부딪치는 게 불가피한 것으로 보였다, 그 역시 양보를 하려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비상등을 켰고 창을 열어 손짓으로 옆 차선에 있는 차들의 양해를 구했다. 간신히 양보를 받아 옆 차선에 바퀴가 걸쳤을 때쯤, 그의 뇌리에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다’라는 생각이 플래카드처럼 펼쳐지는 동시에 그의 차 조수석 아래쪽 어딘가에서 ‘뿌드드드윽’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그의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처럼 여겨졌다.
“아, 나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네.”
이생은 즉시 차에서 내렸다. 트럭에서 내린 남자는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에 머리칼은 흑백이 뒤섞인 잿빛이었으며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얼핏 봐도 이생보다 열댓 살은 더 많아 보였고 입고 있는 옷은 트럭과 마찬가지로 후줄근해 보였다. 튀어나온 배에는 가죽 허리띠가 걸쳐져 있었으며 무슨 작업을 하다 왔는지 장화를 신고 있었다. 트럭 운전자는 아직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온전히 지각을 하지 못한 듯 멍한 상태였다.
이생은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하고 자신의 차 조수석 쪽으로 가서 ‘사고’가 일어난 – 아무리 가벼운 접촉 사고도 사고는 사고니까 – 부분을 확인했다. 희미하긴 하지만, 명백한 사고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길게 금이 가듯 칠에 검은 줄이 그어져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차체가 찌그러지거나 눌리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차가 이생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씻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애지중지하는 ‘신차’라는 것이었다.
트럭 운전자는 그야말로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생의 곁으로 다가오자마자 손가락에 침을 묻혀 조수석 문짝의 아래편에 있는 접촉 부위를 빠르게 닦아냈다. 이어서 걷어붙였던 소매를 손으로 끌어내려 그것으로 이생의 차체를 애써 문지르고 다시 닦아내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런다고 차가 멀쩡하던 원래의 상태로 복원될 리는 없었다. 분명 사고는 사고였다, 약간 애매모호하기는 하지만.
이생이 트럭을 잠깐 보니 차체에는 잠깐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접촉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이고, 사장님.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어디 다친 데 없으십니까?”
이렇게 말하는 트럭 운전자의 이마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콩알만 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뜨겁고 눈부신 직사광선에 찡그린 눈으로 들어간 땀을 훔쳐내는 손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팔뚝은 굵고 붉었으며 옷에는 페인트 자국이 묻어 있었다.
사고를 구경하기 위해 차창을 내렸던 사람들도 관심을 잃은 듯했다. 어차피 차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뒷좌석의 아이들조차 스마트폰에 눈을 돌렸다.
이생은 팔짱을 낀 채 고민에 빠졌다. 트럭 운전자가 아무리 차를, 열성을 다해 정성스럽게 닦아낸다 한들 사고 흔적은, 사고가 났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쨌든 차는 움직여야 할 것이고 보험회사에 연락할지 그냥 수리비 정도를 주고받고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 차 출고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차예요.”
이생은 일단 자신이 피해자임을 분명히 했다. 트럭 운전자는 거듭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지는 않았다.
“오늘따라 일도 많고 주문도 많아서 급하게 가려다 보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셔야지 그렇게 마구 파고들어 오시면 어쩝니까, 그런다고 차가 빨리 갑니까? 타고 넘고 가실 거예요? 저 다리 위에도 차들이 저렇게 밀려 있는데 날아서 가실 거냐고요?”
“죄송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나왔다가 그만….”
이생은 끝없이 밀려 있는 차량의 행렬을 보고 있다가 아내가 “여보!” 하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먼 데서부터 차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떻든 결정을 지어야 했다. 가든지 말든지.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차에 남은 흔적을 살펴보고, 트럭 화물칸에 세워져 있는 녹색 빗자루와 페인트통을 보고, 트럭의 몸체에 나 있는 무수한 접촉의 흔적을 보았다. 먹고 살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트럭에 비하면 자신의 차는 그저 곱게 자란 어느 집안 도련님처럼 보였다. 앞으로는 그 도련님 역시 많은 일을 겪을 것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누군가의 차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히고 입을 것이며 낡아갈 것이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됐어요, 이 마당에 다른 차들 막고 서 있을 수도 없으니까 그냥 가보세요.”
트럭 운전자는 고개를 숙였다 폈다 하며 인사를 했다. 이생은 바로 앞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그만 됐다”라고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이생의 등짝에 뭔가 화끈한 충격이 가해졌다.
“미안해요, 정말!”
트럭 운전자가 자신의 미안함을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그의 등짝에 표시한 것이었다.
“아, 알았어요. 그만 가보세요.”
트럭 운전자는 만면에 웃음과 고마움을 담아 “정말, 고마워요!” 하고 외치며 다시 한번 그의 등을 내리칠 자세를 취했다.
“그만! 됐어요, 됐다고요. 운전이나 조심해서 잘하세요!”
이생이 등짝이 남아나기를 바란다면 필사적으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