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순례
해설과 함께 읽는 한시 교과서

- 손수 시선집 『당시삼백수』

  • 명작순례
  • 2025년 겨울호 (통권 98호)
해설과 함께 읽는 한시 교과서

- 손수 시선집 『당시삼백수』

 

『당시삼백수』는 건륭(乾隆) 29년(1764년) 청나라 손수(孫洙, 1711~1778)가 엮은 당나라 시 모음집이다. 당나라 문인 77명의 작품 313수를 수록했다. 당나라 시는 전통적으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으며 한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청나라 때 당나라 시를 집대성하여 『전당시』를 출간했는데 2,200여 명의 시가 5만 수 가까이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당나라 시 가운데서 손수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읽고 익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300수 정도를 선정했다. 혹자는 이 300여 수만 익히면 절로 한시를 지을 수도 있다고 했단다. 『당시삼백수』가 한국과 중국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훌륭한 한시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번역서가 10종 가까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는 더 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한시는 한자로 지은 시이다. 시는 본래 노래 가사에서 시작한 운문으로, 글의 일정한 위치에 발음이 비슷한 글자를 배치하여 낭독할 때 리듬감을 주는 문학 형식이다. 시는 인간 문명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문학 형식이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지었다. 즐거우면 즐거워서, 슬프면 슬퍼서, 그리우면 그리워서, 한가하면 한가해서. 시의 창작은 아마도 인간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시를 지었고, 현대인들도 시를 짓고 읽는다. 수많은 시 중에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시가 있다. 인간이 가졌던 즐거움과 슬픔, 고뇌와 괴로움을 미학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를 읽음으로써 인간 존재 본연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고 인간적인 삶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다.

그런데 한시는 한자로 지어졌다. 예로부터 한자를 사용한 나라는 한국·중국·일본·월남 등이고 월남을 제외하고는 현재도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한자는 여전히 어렵다. 더구나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은 해독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한시를 현대 한국인이 직접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교육을 받은 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선조들도 어려웠기에 『두시언해』를 편찬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외국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대체로 원문으로 읽기보다는 번역서를 읽는다. 예이츠나 워즈워스의 시,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톨스토이의 소설, 『삼국지』나 『수호지』 등등 모두 번역된 것을 읽었다. 굳이 한시만 한자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한국어로 번역된 시를 읽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시는 대략 7세기부터 9세기 사이에 중국 사람이 지은 것이다. 21세기 한국 사람이 읽고 이해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인문 환경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 사람의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 당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약간의 이해를 거치고 나면 당시는 쉬워진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당시를 읽으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장광설에 가까운 해설을 덧붙였다. 해설을 읽고 다시 시를 읽으면 새로운 느낌으로 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삼백수』에는 익히 들어온 유명한 문인의 시가 많다. 호방한 풍격으로 인생과 자연을 노래한 ‘시의 신선’ 이백, 엄정한 격률로 나라를 걱정한 ‘시의 성인’ 두보, 소박한 시어로 고즈넉한 주위 경관을 읊은 ‘시의 화가’ 왕유, 섬세한 감정으로 사랑의 아련함을 읊조린 ‘사랑의 미치광이’ 이상은 등등. 삶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이고 다양한 감정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어를 사용하여 표현했다. 비록 1,500년이 지난 중국의 작품이지만 이들을 통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느낌으로 톺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임도현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교수, 1968년생
저서 『건재한시집 - 오리는 잘못이 없다』 『쫓겨난 신선 이백의 눈물』 『이백의 시와 해설 - 하늘이 내린 내 재주 반드시 쓰일 것이니』『한유시선 - 고래와 붕새를 타고 돌아오리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