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을 기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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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겨울호 (통권 98호)
특집을 기획하며

알 것 같지만 생각할수록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어른이라는 말이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어린이날도 있고, 청소년의 날도 있고, 성년의 날도 있다. 그리고 노인의 날도 있다. 그런데 어른의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노인도 모두 법률이나 조례 등으로 나이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른은 다르다. 어느 나이에 도달해서 성년이 되었다고 해도 어른이 되기는 어렵다. 어제는 괜찮은 어른이 된 것 같은데 다음날에는 다시 미성숙한 아이가 된 것 같다. 누구나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또 좋은 어른을 곁에 두고 싶지만, 도통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전에서 어른을 찾아보면 ‘다 자란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고 나니 어른이란 말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다 자랐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자랐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다 자랐다는 것을 대체 누가 판단해주는가? 질문을 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모호해진다.

이럴 때는 질문 자체를 멈추는 게 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대신 조각들을 모으는 것이다. 천 개의 조각 퍼즐로 이루어진 세상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살면서 매일 조금씩- 하루에 하나에서 두 개씩 - 조각을 맞추다 보면 언젠가는 그림이 완성되듯 어른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수집해 두는 것이다. 특집은 이런 조각을 찾기 위해 기획되었다.

소설가, 아동문학가, 영화평론가, 동물행동학자, 이 네 분들이 각 분야에서 어른의 조각들을 모아주었다. 웅덩이에 발이 빠졌을 때 조언을 해주는 소설 속 인물들, 동화 속에 감춰져 있는 어른의 모습들, 아이의 세계를 충실히 그림으로써 어른의 자리를 마련하는 영화들, 시간과 순서를 지키며 보편적 삶의 질서를 찾아가는 펭귄의 모습들. 특집글에서 펼쳐진 이런 조각들은 어른되기가 어렵다는 의문이 드는 어느 날 우리 삶에 반짝이며 들어올 것이다.

 

 

 

 

 

윤성희
소설가,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73년생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느리게 가는 마음』,
중편소설 『첫 문장』,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