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을 기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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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봄호 (통권 99호)
특집을 기획하며

‘텍스트힙’은 그것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밝혀지기도 전에 이미 새삼스러운 말이 되어가고 있을 따름이지만, 그럼에도 그 개념이 오늘날 독서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유의미한 흐름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간 ‘텍스트힙’이 좀처럼 정리되지 못한 것은 전방위적으로 다양하게 변모해 가는 독서 문화를 우리가 개괄하여 이해하기 어려워진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용어 자체에 관한 이해가 아니라, 그 용어가 가리키고 있는 독서 문화의 전반적인 상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섣불리 전체상을 추출하는 대신, 도서 시장과 도서 문화 각계에서 펼쳐지는 여러 현상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목격하는 독서 풍경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헤아려보고자 한다. 

그 이해에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독자’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네 분 필자를 모시고 이번 기획 <텍스트힙 이후의 독자들>을 준비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도서 시장에서 점차 그 존재감이 커지는 북페어와 도서전 등 오프라인 도서 행사가 오늘날 갖는 의미를 살피고, 근래 베스트셀러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함께 소설 독자들의 작품 선택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짚어보려 한다. 더불어 유례없이 그 수가 늘어가고 있는 시인선의 등장이 오늘날의 시 문학 시장및 시와 관계 맺는 방식을 조명하고, 미래 환경 변화 속 독서 문화의 전망과 현재의 징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텍스트힙’이라는 명명 아래 포착되어 온 현상들을 단순한 유행이나 소비 양식으로 환원하지 않고, 오늘날 독서가 어떠한 조건 속에서 지속되고 변주되고 있는지를 묻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기획이 제시하는 여러 장면은 완결된 결론이라기보다, 변화하는 독서 환경 속에서 독자라는 존재를 다시 사유하기 위한 몇 개의 단서에 가깝다. 이를 통해 우리는 ‘텍스트힙 이후’라는 막연한 시간 감각을 넘어, 지금 이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독서 문화의 실제적인 결을 더 선명하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인찬
시인,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88년생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