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 읽기 클럽
문 닫은 서점엔 비밀스러운 사람들 모여 있어
여기엔 밤도 없고 낮도 없지
월급이 동결된 승진이 누락된
회사에서 사라진 정규직이 아닌 홀로 홀로 살아가는
세상에 이름 붙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모여
툭 놓인 전등을 켜고 굴러다니는 담요를 두르고
“시끌시끌한 동시에 혼자인”* 우리는
“타자기, 여행 가방과 함께 정신병을 졸업했다”**
깨끗이 벗긴 껍질 아래 잠들어 있는 귤이 여러 개
“귤락이 꼭 손톱 거스러미 같아” 네가 말하면
접시 위엔 만지기 좋은 외롭고 미지근한 손이 여러 개
들어오고 나가는 문도 없고 경계도 없는
통로이면서 방인 이곳은
몸에 흐르는 관이나 주름처럼
유유히 우리를 통과시킨다
여기선 무언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선 무언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
비명처럼 말하고 총격처럼 존재하기
한 손에는 리본 한 손에는 타자기
우리가 말하고 읽을수록
무수히 많은 생겨났다 사라지는 얼굴들
네가 읽던 소설에서는 드디어
십 년째 같은 자리에 있던 차가 달려 나가기 시작하고
내가 읽던 책에서는 느닷없이 전쟁이 시작된다
“귤 그림자가 겹겹이 서로 껴안은 모양 같아” 내가 말하면
사랑은 질병의 한 형태여서 고통으로부터 눈이 멀게 해
동시에 우정은 그 고통에서 깨어 있게 한다
* 앤 섹스턴
** 엘리자베스 비숍
나선형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
이 건물은 새롭네 이 건물은 이백 년도 더 되었네
계단은 삐그덕 커튼은 흔들흔들 회랑은 길게 뻗어 있고
작고 땅딸막한 중개사는 연신 사람 좋게 웃으며
코에서 개기름을 닦아내고
다락방도 구경해 보세요 전경이 다 내려다보여요
이미 연인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여기서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허리를 붙인 채 연인은 속삭이고
창문으로 달빛은 흐르고
여기엔 누가 살았었나요?
기도하고 회개하고 살해하고 꿈꾸는 이웃들
어느 날 수상하게 고요한 사람들
사랑스런 아기들과 독촉장 위에서 사랑을 나누던 그들의 부모와
어느 날 도망치듯 떠나간 그들의 할아버지
집안엔 개가 홀로 남아 낑낑대고 있었죠
엘피 플레이어에서 흐르던 전자음악 영원히 흐르고
모든 시작은 아름다웠네
시간은 흐르네 나선형 계단은 삐그덕 삐그덕
사람들은 아이를 낳네
영화의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실수를 저지르네 그것은 아름답네
근사한 예배당과 음악당이 보이는 방을 원한다면
그 집은 8월 13일에 비어요
문득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과 어두워지는 옆얼굴과
저녁 예배당에서 댕강댕강 들려오는 종소리
아름다운 걸 보면 문득 불안해져요
창밖엔 목에 키스를 퍼부으며 얼굴을 파묻는 어린 사람들
이 건물은 이백 년도 더 되었어요 관리인은
창백한 얼굴의 노부부를 일층으로 이끌고
풀밭엔 조용히 오줌 누는 개들
다 먹은 파스타 그릇 푹신하게 쌓이면 엉덩이로 앉지요 그 위에
이웃집 아이들이 하나씩 사이좋게 가진 트램펄린은 높이높이 붕붕
높이높이 그들의 몸을 올려 주고
하늘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발이 사라지는 곳에서
시야가 사라지고 어두운 바람이 가볍게 보랏빛 머플러를 훔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