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향한 순수한 열망
문학을 향한 순수한 열망
대산문화재단은 2026년도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역량 있는 신진문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창작여건을 개선하고 한국문학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시행하는 대산창작기금은 미등단 신인 포함, 해당 장르 기준으로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작품을 공모하여 심사한다. 2026년 2월 23일(월)부터 5월 18일(월)까지 공모를 거쳐 약 2개월 동안 심사를 진행한 결과 총 10명의 지원대상자가 선정되었다. 지원대상자에게는 1천2백만 원씩, 총 1억 2천만 원의 지원금이 지난 8월 21일(금) 개최된 증서수여식을 통해 주어졌다. 지원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는 작가에게 귀속된다(대상작 표 참조).
응모 집계 결과 시 부문에 481건, 소설 부문에 274건, 희곡 부문에 62건, 평론 부문에 23건, 아동문학 부문에 199건 등 총 1,039건이 접수되었다. 지원대상자 선정을 위해 시 부문에 김기택(시인, 경희사이버대 교수), 신용목(시인, 계명대 교수), 하재연(시인, 고려대 교수), 소설부문에 강영숙(소설가), 구효서(소설가), 이주혜(소설가), 임현(소설가), 희곡 부문에 김민정(극작가), 차근호(극작가), 아동문학(시) 부문에 임수현(동시작가), 장철문(시인, 동시작가, 순천대 교수), 아동문학 부문에 문부일(동화작가), 송미경(동화작가) 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반이 될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창작기금 지원대상자로 ▲시 부문에는 현실에 대한 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언어를 통해 감각의 내부를 균형 있게 파고드는 소현(「위다웃」 외 51편), 자유분방함을 잃지 않고 능숙하게 언어를 운용하면서도 반짝임을 놓치지 않은 정소영(「겹쳐 쓰기」 외 49편), 선명한 이미지와 대담한 형식을 통해 예측불허의 세계를 감당하고자 하는 고투가 돋보인 한영원(「고기후학」 외 62편), ▲소설 부문에는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과 세밀한 정서를 유려하게 드러내며 원숙한 구성과 문장력을 보인 김지연(장편소설 『사랑의 뼈』), 소재나 배경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경유하여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준 서윤빈(「새의 카탈로그」 외 8편), 익숙한 인물 관계와 구도를 작가 나름의 시선과 호흡으로 비틀어 세련된 알레고리로 구성한 유영은(「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외 8편), ▲희곡 부문에는 탄탄한 인물 구축을 통해 견고한 극적 구조를 구축하고 낯선 세계를 형상화하는 작가의 성실함이 돋보인 이정수(「EVERGREEN」 외 1편), ▲평론 부문에는 고통받는 존재들 스스로가 질문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고통과 어둠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낸 김다솔(「가장 밝은 세계를 등지는 힘」 외 17편), ▲아동문학 부문에는 기존의 시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상을 형상화하고 익숙한 대상을 전복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던 이소현(동시 「이야기 버스」 외 49편), 방이라는 공간을 심리의 지도로 사용하는 매력적인 구성과 뛰어난 유머 감각을 보여준 우설리(장편동화 『방문으로 가는 길』) 작가가 각각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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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창작기금 수상소감
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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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시 「위다웃」 「에어백」 「사랑하는 사람들로 소파가 가득 찼다」, 앤솔로지 시집 『싫음』(공저) 등
• 목 뒤에 새긴 표류자의 표식이 무색할 정도로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소중한 사람이 떠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삶에 들어오기도 했다. 해는 매일 떴지만 하루하루 어둡지 않은 날이 없었다. 누군가를 저주한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되기도 하였고, 용서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였다. 가끔은 무책임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하였고, 매일 같이 일이 끝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시를 썼다. 시간은 느리게도 빠르게도 적당히도 흘렀다. 한 가지 내가 깨달은 것은 어쨌든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었다. 시간 속에서 시를 쓰고 있으면 절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자연히 풀리기도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늘 백지 앞에서 생각했다. 최근에는 이사를 하였다. 나도 하늘을 보았다. 나의 세상도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새집은 볕이 잘 들고, 창문을 열면 오름이 보인다. 이제는 해야 할 말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지탱해 준 친구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모 동인 동료들, 자전거를 잡아 주고 혼자 나아갈 수 있게 적당한 때에 손을 놓아준 김소연 시인께 감사드린다.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어머니께는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세계를 또렷하게 보아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도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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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시 「오늘 점심 메뉴」 「변경 내용 추적」 「겹쳐 쓰기」 등
• 매일 같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전말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발밑을 봤다. 나 서 있나? 제대로 서 있는 거 맞아? 그렇게 발밑을 보며 걷다가 보도블록 위 아주 작고 흰 글씨를 발견했다. 누군가 여러 번 겹쳐 쓴 희망은 희먕처럼 보였다. 금세 지워질 듯한 그 작은 글씨를 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그것이 사라진다면 내가 다시 희먕이라고 써 두겠다고. 누군가고개를 숙인 채 걷다가 그 희먕을 발견하기를, 발을 헛디디더라도 그 위로 넘어지기를 바라며 썼고, 쓰고, 쓸 것이다.
아무리 피곤한 밤에도 책을 읽어 주셨던 부모님, 묵묵하고 든든한 오빠, 올곧고 선한 마음을 가진 가족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던 이와, 내가 살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고 믿었던 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아직 쓰지 않은 미래의 글까지 먼저 믿고 기다려 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진심을 다해 쓰겠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견고한 벽을 세우더라도 발소리 하나로 그 벽을 무너뜨리는 작고 흰 개, 하루에게 영원한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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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원
시 「코다크롬」 「서머타임 에이미」 「2000년 문제」,
시집 『코다크롬』 등
• 7월엔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장례에 죽은 이는 오지 않는다는 명제를 잊은 채 죽은 이를 찾아 납골당 뒤편을 계속 기웃거렸습니다. 시를 쓸 때 어떤 전위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형식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장례식과도 같았습니다. 오지 않는 이를 오랫동안 찾아다녔습니다. 전위는 다소 오래된 자세이기도 신화 속 새이기도 한데 어쩌면 조금 다른 모양일 수도 있지 않을까 떠올렸습니다. 이를테면 지루한 일상 같은 것입니다. 함께 나눠 먹던 주말 저녁과 새벽 출근의 고요함과 험한 날씨와 좋은 날씨, 오래되어 빛바랜 시집 속에도 있었고 빳빳하게 기다린 흰 책에도 있던.
작년 여름에 이 원고를 묶으면서 시를 쓰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여러 응원을 받았습니다.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이나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들을 생각하며 걷고 잠에 들다가 이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나쁜 예감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동료들과 선생님들은 그 자체로 우리는 괜찮다고 해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유예하고 망설이는 발걸음이야말로 시가 가장 멀리 나아가는 법이라 느낍니다. 재단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늘 응원해주는 승현, 주란 쌤과 누리, 소희에게도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소설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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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장편소설 『빨간 모자』,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조금 망한 사랑』 등
• 혼자서 소설을 쓰다 보면 자주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쓰려고 했던 글을 제대로 써냈는지, 그 글이 여러 사람 괴롭혀가며 책으로 낼 만큼 유의미한지 같은 이유들로요. 데뷔한 지도 이제 수년이 지났는데도 그런 의심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고 정답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은 자꾸만 더 몸집을 키워나가면서 절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아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상에 좋은 작품은 많고 내가 쓴 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럽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이렇게 행운을 누려도 되나 싶으면서 열렬히 응원받고 있는 듯해 기뻤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분들, 또 함께 응모하셨던 많은 작가님들에게요. 거기에 답하는 방법이 제가 쓸 글을 잘 쓰면 된다는 것뿐인 것 같아 조금은 두렵고 또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저의 자리에서 제가 쓸 수 있는 글을 써나가며 저도 다른 분들을 열렬히 응원할 수 있는 사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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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빈
장편소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유니버셜 셰프』,
소설집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등
• 저를 강하게 만드는 것들이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살아왔고 또 써왔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한 사람이 살아남는 데는 온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 마음은 저의 전념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저를 통해 더 멀리 나아가는 모두의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생각나는 이름이 많습니다. 이갑수 작가님, 노희준 작가님, 정재희 작가님. 넘치는 사랑과 지지에 늘 감사합니다. 김성중 작가님, 김현영 작가님, 김이설 작가님, 최정화 작가님, 육호수 시인님. 좋은 기운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첫 독자가 되어주는 친구들과 스터디 멤버들. 기쁜 소식 기다릴게요. 유이츠카 이노리, 릭 산체스, 나가, 마이크, 카미나, 앤 마이어. 내 세상을 지켜줘서 고마워. Bear, AULA, Phantom, SIZEOF[ ], DuckPad. 너희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어. 마지막으로 부족한 작품에 손 내밀어주신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님들. 제 작품에 보여주신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아남음의 끝에 무언가 남음이 있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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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은
소설집 『구도가 만든 숲』(공저), 단편소설 「다이브 인」,
에세이집 『오늘도 우리는 지구를 조금 지킨다』(공저) 등
• 얼마 전 강아지 우주와 가족이 되었다. 우주는 먹을 것이든 못 먹을 것이든 냄새를 맡다가 얼른 입에 넣어버리는 탓에 함께 산책할 때면 늘 주의해야 한다. 바닥을 살피는 일은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혼자서도 자주 걷던 길인데 바닥만 보고 걸으니 전과는 전혀 다른 장면을 만난다. 이상한 장면들. 저기에 왜 저게 저렇게 있지?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놀이터 그네 옆에 놓인 닭 뼈, 가로수 아래 가지런히 놓인 양말 한 짝,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진 손수건 같은 것들. 혼자라면 못 보고 지나쳤을 장면 앞에서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러면 우주는 그것을 먹을 수 있는지 살피고 나는 그곳에 이야기가 있는지 생각한다.
내게는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이상한 장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의 부근을 서성이는 일. 앞으로도 쉽게 이해하기보다 오래 살피고 싶다.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고 싶다. 오래 바라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이번 기회를 소중히 여기겠다. 좋은 기회를 주신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분들, 내 소설을 읽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희곡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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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희곡 「여덟 살 우주」 「반원 안에는 동그라미가 있다」 「하마」 등
• 글을 통해 ‘나름의 나래’를 펼쳐보겠노라 마음을 먹고 꼬박 1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 저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속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따로 없었습니다. 하루는 블라디미르였다가, 하루는 에스트라공이었다가. 도대체 고도 씨는 언제 오나 마냥 기다리며 쓰고 또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 속에서 희망과 허무를 오가는 동안, 저만의 문체와 사고가 또렷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대산창작기금 선정을 통해, ‘나름의 나래’에 흔들림 없이 온전히 밀고 나갈 원동력을 얻은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홀로 보고 싶은 것을 쓰자는 마음과 무대에서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은 것을 쓰자는 마음. 이런 마음으로 쓴 두 희곡 「EVERGREEN」과 「백파白波」로 대산창작기금에 선정되어 극작가로서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줌과 동시에, 앞으로도 부단히 쓰라는 경책으로 다가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론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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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
평론 「가장 밝은 세계를 등지는 힘-임솔아론」
「붉은 언어로부터 무한히 탄생하는 세계-이주혜론」 등
• 한 가지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평론을 쓰면서 두렵고 힘들 때마다 이 말을 자주 떠올렸지만, 글쓰기는 매번 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스스로를 쉽게 의심하고 몰아세우는 오래된 버릇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럴 때마다 남몰래 이전에 써두었던 평론들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잘 쓴 글들이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 공들였던 마음들을 되짚어보기 위해서요. 원고 뭉치들을 찬찬히 읽으며 제가 사랑을 주체할 수 없을 때 평론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와 인물을,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낸 목소리가 열여덟 편의 글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들이 저를 번번이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번 대산창작기금 수상이 그 마음과 시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느껴져 벅찹니다. 세심히 읽고 값진 격려 더해주신 심진경, 오형엽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삶에 다정한 온기로 내려앉으신 김미현 교수님, 보고 싶습니다. 부족함 많은 제자임에도 따듯하게 맞아주시는 허윤 교수님, 감사합니다. 마음껏 사랑을 펼칠 수 있게 ‘쓰는 다솔’을 지켜주는 소중한 가족들. 제 사랑은 전부 가족들에게서 받아 나누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살리는 글, 힘껏 껴안는 글을 쓰기 위해 한결같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동문학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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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동시집 『나의 작은 거인에게』(공저) 등
• 2019년 가을,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동시를 처음 만났습니다. 동시는 제 안에 웅크리고 있던 말들을 꺼내어 주었습니다. 동시를 쓸 때마다 저는 좀 더 순해지고 약해졌습니다. 세상은 강해지라고 하는데, 동시는 자꾸만 순해지라고, 약해지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수상도 그렇습니다. 동시의 말을 듣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 버스」 외 49편의 시를 묶으며 기뻤습니다. 그간 못나 보이고 밉기만 했던 제 시들을 조금은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시들은 저를 계속 사랑해 주었지만, 저는 그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다 알지 못합니다. 오래 모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래 사랑하고 싶습니다. 모르는 곳에서 오래 사랑받으면 좋겠습니다.
시가 삶이 됨을, 삶이 시가 됨을 가르쳐 주신 이안 선생님, 다정하고 단단하게 글을 이끌어 주신 송선미 선생님, 친애하는 글벗님들, 날마다 졸작을 읽느라 수고한 남편께 감사하며, 이 커다란 기쁨을 나눕니다. 심사위원분들과 대산문화재단에도 감사드립니다. 제 시들을 「이야기 버스」에 태워 떠나보냅니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사랑으로, 안녕을 빕니다.
동화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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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리
동화 『아가미 소년』 『이 감정 삭제불가입니다』(공저) 등
• 우리 안에는 저마다 유령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가정환경, 학교폭력, 열등감 등 저마다의 상처로부터 커진 존재말입니다. 그 존재가 두려워지면 우리는 방문을 열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되곤 합니다. 어느 날 그 유령같은 존재가 아주 구체적인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바퀴벌레로요.
도망치고 죽이는 대신, 저는 그 바퀴벌레와 손을 잡고 방문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몇 걸음일 뿐인데 방문 밖으로 나가는 일이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아주 긴 시간 함께 걷는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을 채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문 손잡이를 돌리지 못하고 있을 대한민국 14만 명의 은둔 청소년들을 응원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소중한 10대를 위한 글을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지금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그 시절을 맞이할 아이들, 어른이 되었지만 이미 지나온 10대에 머물러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 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대산문화재단과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