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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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봄호 (통권 79호)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은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어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지켜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해충을 잡고, 흙을 깨끗하게 해주듯이 사랑하는 대상이 나쁜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적극적으로 지키는 것은 사랑의 중요한 속성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은 어둠이 지나갔을 때 햇살을 뚫고 솟아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적극적이면서도 소극적인. 얼핏 모순적인 이 사랑의 속성은 연인과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이 시기에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또 지켜보면서 힘을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랑

-전봉건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광화문글판 선정회의

2021년의 봄편 문안 선정을 위해 광화문글판 자문위원들의 추천과 인터넷 공모를 받아 총 32편의 문안이 접수되었다. 7명의 선정위원(김행숙 시인, 성석제 소설가, 이슬아 작가,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윤상철 교보생명 고문, 박치수 교보생명 전무,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이 이를 대상으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함민복의 시 「씨앗」, 전봉건의 시 「사랑」 중 일부를 최종 문안후보로 선정했다. 이어 교보생명 브랜드통신원의 선호도 조사와 내부 논의를 종합하여 「사랑」을 최종 문안으로 선정하였다.
박재현
박재현
대산문화재단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