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일 제2회 난고문학상(난고는 방랑 삿갓 시인 김병연의 호) 시상식이 끝난 후 영월군의 여러 고적지를 방문하고, 청령포(단종 유배지)를 거쳐, 김병연의 시비 앞에서 서울에서 온 문인들과 기념으로 남긴 사진이다.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먼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온 망년우(忘年友)들에게 여직 나는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시차, 즉 물리적 시간대로는 호상 간 서로 멀지만 일탈, 방목, 유랑의 뜨거운 피가 방전(放電)되는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는 처지에서 볼 때 난고(難苦)와 나와의 심리적 시간대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까닭 없이 분망했던 젊은 날과 달리 노년에 접어든 요즈음 나는 뜨락에 내려앉는 봄 햇살처럼 적요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윗줄 왼쪽에서 첫 번째 오세영 시인, 네 번째 구중서 평론가, 다섯 번째 강신애 시인, 아홉 번째 홍용희 평론가,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박선욱 시인, 세 번째 나, 네 번째 이승철 시인, 다섯 번째 신경림 시인, 여섯 번째 방남수 시인 등의 얼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