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e-L1, 제티Jeti에서

  • 2024년 봄호 (통권 91호)
Gate-L1, 제티Jeti에서

네가 꿈에 나와 오줌만 싸고 갔다. 나는 너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폐가와 무너진 건물 사이사이를 막대기로 뒤지며 찾아다녔다. 너를 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고 언제나처럼 널 처음 본 순간처럼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우리는 종종 똑바로 걷고 정확히 사고하는 법을, 판별하는 법을 잊는다. 그것이 네가 없는 우리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너 없는 도시에서 또 올지도 모르는 재난을 견딜 수 있을까. 쭈쭈야 조심히 가. 갔다가 아프지 않은 곳에서 우리 또 한 번 더 사랑하는 사이로 만나자. 우리의 어떤 것도 과거로 묶어놓을 수 없어.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현재에 있어. 우리가 했던 사랑이 어딘가에서 끊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너를 만난 것도 떠난 것도 다 받아들일게. 바다 위에서 슬픔보다 큰 것들을 쏟아내고 육지로 돌아간다.


Gate-L1

공항 안에서 공항 밖으로
말레이전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
차이니즈들이 다니지 않는 길
홍콩에서의 너나 조호르바루의 너를
밤의 밖은 무엇일까
비행기 밖의 구름
구름 위 비행기 속에서
어린 시절 조호르바루 새벽 정원을 걷던 나를 들어 올려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잘 다니기도 하는 길로 내려주었다
비행기 안의 나를 누군가 물속에 내려다 준다면
금방 헤엄쳐 모래사장에 다다르겠지
비치에 그런 밤이 올 줄 알았다면
밤하늘 별들이 손바닥을 떠다니고
이미 사랑에 빠진 목소리잖아 바바baba 밖에 비가와

나는 두려워 너에게 빠질까봐 나르코스의 한 장면처럼 창밖에서 총소리가 들려 카리요 대령이 쏟아지는 총소리 속에 죽는 장면 물처럼 보이지 않아도 뛰어들면 돼 나도 이 도시에서 그래 다리가 아프면 누군가의 의자를 부셔서라도 가져야지 인터넷 연결이 딱 한 번 닿을 수 있는 곳 너는 뭘 보낼래 뭘 볼 거니



제티Jeti에서

충돌
농어
게루트
그룹
더 나쁜
붉은 물고기
팽만감
금지됨
조각품
새우

대나무
랍스터
초안
니파크랩
벨리퉁
브린잘
만약에 언니가 잘 도착하지 못한다면 연락이 끊어지면 밤의 버스에서 어떤 섬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생각해줘 혹은 페리 내부의 진동 그 안에서 수천 개의 균열 수천 개의 껍데기에 대해 적고 있다고

주하림
시인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여름 키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