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UAP, 없다고 할 수 없다|기획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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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봄호 (통권 91호)
UAP, 없다고 할 수 없다|기획의 말

인류는 작은 공 위에서 /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다니카와 슌타로, 「이십억 광년의 고독」 중에서)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노래한다. 우리는 화성의 친구들이 그리워 고독하고, 화성인들 역시 지구 친구가 그리워 고독하다고. 이것은 단순히 시적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동안 지구 곳곳에 출몰해온 미확인 비행물체가 지구를 방문한 외계 문명 비행체인가? 아니면 낙하하는 혜성, 우주 쓰레기, 인공위성 등일 뿐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자로 생각하면, ‘우주여행의 무한 거리와 속도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 어렵고, 후자로 생각하면, 간단치 않은 증거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외계인이나 외계 문명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된다. 2023년 7월 미국 하원에서 ‘미확인 공중현상(UAP)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 국방부의 ‘미확인 비행물체(UFO)’와 외계인 유해 등에 대한 놀라운 증언들이 쏟아졌다. 미국 의회는 마침내 ‘2023 미확인 공중현상 공개법(The UAP Disclosure Act of 2023)’을 통과시켰다. 2024년 하반기에는 정부 기관이 제출한 UAP 기록 검토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만약 지구 행성에 외계 비행물체가 출몰한 것이 과학적 사실이라면, 인간, 지구, 우주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재발견과 인식의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외계 문명의 놀라운 기술력이 지구 행성에 끼칠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UAP 서사에 관심을 지니는 것은 우리의 존재성과 미래적 삶에 대한 우주적 탐색과 연관된다.

홍용희
평론가,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7년생
저서 『김지하 문학연구』 『꽃과 어둠의 신조』 『한국문화와 예술적 상상력』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고요한 중심을 찾아서』 등